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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궐에 산다
08화
건설 현장일까?
껌의 정원
by
뾰족달
Apr 30. 2024
길게 끝도 없이 이어지던 대로를 걷다가
알록달록 흥미로운 놀이터에 도착했다.
예쁜 색을 머금은 철근을 닮은 무언가가
켜켜이 쌓여 있다.
강아지가 춤추는 걸 본 적이 있나요?
땅이가 춤을 추며 돌아다닌다.
신들린 킁킁으로 시작하여
꼬리가 헬기 모터가 되더니
궁둥이를 실룩거리며 날아다닌다.
그러더니 돌아와 뽑뽀를.
이곳은 독특한 놀이터 그 이상인가 보다.
진짜야?
이게 다 껌이야?
먹어야지.
그렇다면 먹어야지.
앞발에 끼워 먹기에는 전봇대처럼 크고
일단 삽을 소환해야겠다.
큰 의미가 있는 첫 삽을 떠봅니다.
풍요로움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나 할까요?
껌을 쪼갤 때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당근 냄새, 고구마 냄새, 우유 냄새.
우리 강아지 입을 못 다무는구나.
껌 캐는 작업
껌을 분쇄하는 작업
껌을 먹기 좋게 쌓는 작업
정성스러운 과정을 마친 후
나는 소중한 근육을 +1 득템하고
땅이에게는 껌기둥을 하나 선물했다.
특히 좋아하시는 고구마껌으로 드립니다.
껌부자로구나 땅아.
그동안 먹고 싶은 만큼 충분히 못 먹었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밥 대신 먹을 순 없지 않나요?
먹는 걸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뽑뽀도, 꼬리 흔들기도, 귀 눕히기도,
부지런히 찾아와 안기는
그 모든 귀여움의 목적은 오직 껌이었던 땅이는
오늘 소원 성취했다.
밥 대신 껌,
고봉껌 먹는 소원 오늘 이뤘다.
경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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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철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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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07
새하얀 설원에서
08
건설 현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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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 여름밤의 스케이트
나는 대궐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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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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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제가 참 말이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 못한 말을 조곤조곤 쓰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요. 재주가 없으면서도 말입니다. 말하고 싶습니다. 글과 그림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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