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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일까?

껌의 정원

by 뾰족달



길게 끝도 없이 이어지던 대로를 걷다가

알록달록 흥미로운 놀이터에 도착했다.

예쁜 색을 머금은 철근을 닮은 무언가가

켜켜이 쌓여 있다.





강아지가 춤추는 걸 본 적이 있나요?

땅이가 춤을 추며 돌아다닌다.

신들린 킁킁으로 시작하여

꼬리가 헬기 모터가 되더니

궁둥이를 실룩거리며 날아다닌다.

그러더니 돌아와 뽑뽀를.

이곳은 독특한 놀이터 그 이상인가 보다.


진짜야?

이게 다 껌이야?

먹어야지.

그렇다면 먹어야지.


앞발에 끼워 먹기에는 전봇대처럼 크고

일단 삽을 소환해야겠다.







큰 의미가 있는 첫 삽을 떠봅니다.

풍요로움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나 할까요?

껌을 쪼갤 때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당근 냄새, 고구마 냄새, 우유 냄새.

우리 강아지 입을 못 다무는구나.






껌 캐는 작업

껌을 분쇄하는 작업

껌을 먹기 좋게 쌓는 작업

정성스러운 과정을 마친 후

나는 소중한 근육을 +1 득템하고

땅이에게는 껌기둥을 하나 선물했다.

특히 좋아하시는 고구마껌으로 드립니다.



껌부자로구나 땅아.

그동안 먹고 싶은 만큼 충분히 못 먹었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밥 대신 먹을 순 없지 않나요?







먹는 걸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뽑뽀도, 꼬리 흔들기도, 귀 눕히기도,

부지런히 찾아와 안기는

그 모든 귀여움의 목적은 오직 껌이었던 땅이는

오늘 소원 성취했다.

밥 대신 껌,

고봉껌 먹는 소원 오늘 이뤘다.

경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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