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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Apr 28. 2024

새하얀 설원에서

수상쩍은 노란 꽃밭







실컷 물놀이를 하고 난 후 걷다 보니

눈 덮인 새하얀 들판에 다다랐다.

발끝이 폭신해서 왠지 주저앉고만 싶은

하얗고 하얀 도화지 같은 들판이다.

차갑지도 않은 포슬포슬한 촉감이 

그저 누워 쉬고만 싶어 진다.







우린 누워 뒹굴뒹굴해 보기로 했다.

한 여름 순면 이불 위에 누운 것 같은 기분.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보드랍다.

기분이 참 좋아지고

뭔가 시원하고 안심이 된달까?

아무리 뒹굴어도 끝날 것 같지 않은 포근함이다.



잠자는 곳, 밥 먹는 곳과 먼 가장 아늑한 이곳에

왜 하얀 들판이 있을까.

지평선을 닮은 저곳에 눈길이 간다.

경계선에 핀 노란 꽃이라니.



불현듯 내 강아지들이 배변패드에 앞발만 걸치고서

볼일을 보던 기억이 난다. 

뭐지?

왜 총총 걸어가던 시원한 뒤통수가 떠오르는 걸까?

배변패드 아래로 지도를 만들며 퍼지던 노란 동그라미들...

강아지들은 시원하고 나는 답답해오던 기억들.

아름답지만 역시 미심쩍은 곳이다.







불길한 기억을 잠시 떠올린 사이

멀리서 날아오는 노란 꽃의 강렬한 향기에

땅이가 갑자기 몰입한다.

눈이 커지더니 쪼르르 달려간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는 웃으며 달려온다.

그러게, 물놀이하면서 물을 왜 그리 많이 잡수셨어?

땅이 표정이 개운해졌다.


걸어도 걸어도 끝없는 하얀 들판이다.

시원해졌으니 우린 또 출발해볼까?





여기 노란 꽃 한 송이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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