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뾰족달 Aug 25. 2024

모두가 잠든 밤

산을 만나다




고르고 평평한 고원에 도착했다.

이 여행의 마지막 지점이다.

그동안 땅이와 대궐의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상상도 못했던 곳, 

가까이서 보니 달리 보이던 곳,

생각보다 더 장엄한 곳들,

우리는 많이 걷고 즐기고 감동했다.







평평한 고원의 이 노란 언덕을 지나면

억새를 닮은 갈색의 둥근 풀더미와 만난다.

땅이는 냄새를 맡고 반가워한다.

거기서 이모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리웠던 냄새겠지.








거대하고도 특별한 이 언덕을 끼고돌면

무척이나 통통한 거인의 발을 만난다.

그 사이에 산이 있다.

내 마음속에 산처럼 존재하는 강아지 산이.

여행 내내 보고 싶었던 얼굴이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만져보아도

역시나 세상 업어가도 모르는구나.

확대해서 보니까 더더 귀엽다.

귀를 산처럼 쫑긋거리며 잔다.

집 지키느라 그런가 기특할 뻔했지만 

그건 그냥 습관이다.

그저 귀가 뾰족할 뿐.


산 언저리에 거인의 발가락이 눈에 들어온다.

왕발가락이 한없이 치켜 올라간 친근한 발.

저 거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겠다.

유전자의 힘이란.






새벽공기가 차니 이불을 덮어주었다.

무언가 덮어주면 몸을 반달모양으로 말아서 더 잘잔다.

양쪽에서 큰 천막을 잡아끌듯 땅이와 함께 덮어 주었다.

부드러운 양면 이불이다.

엄마 냄새가 났을까?

입맛을 다시며 웃으며 잔다.


곁에 같이 누워 보자. 얼마만인가.

늘 나의 팔을 베고 잤으니 

오늘은 특별히 산이 다리 좀 빌리자.

커다란 산이 발에서 꼬순내가 난다.

이것은 새로 나온 마음 평온 향수인가. 

함께 하니 너무 좋다.






생각해 보면 이 대궐 같던 집은 참 특별했다.

타잔을 만들어준 창문의 노끈,

고둥 친구를 사귄 비 오는 연못,

가마솥을 닮은 검은 산도 재미있었다.

갖가지 꽃들이 가득한 꽃대궐도 좋았고,

빙벽에 올라 발랐던 로션도 향기로웠다.

매운 향이 나던 대파 가로수길은 또 얼마나 운치 있었나.

거대 휴지를 치우는 건 힘들었지만

뜯는 건 너무 즐거웠다.

모든 시간이 즐겁고 흥미로웠다.

이 집에 감사한다.

이름 없던 텅 빈 공간들에도 감사한다.


여러 곳을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했지만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구석구석이 궁금하고, 탐방이 덜된 곳도 있다.

이 대궐 같은 집은 신기한 곳이 많다.

다음엔 산이도 함께 가자.

그러자.


이제 모두들 잘 자렴.

매일이 평안하기를.

행복 한 스푼.. 아니

행복 한 고봉이기를.






이전 25화 연못에서 사귄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