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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Aug 18. 2024

연못에서 사귄 친구

고둥아 안녕







비가 좋다.

빗소리도 좋아해서 땅이와 마당의 연못으로 나갔다.

연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우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들로 흠뻑 취해있다.

커다란 연잎에서 폴짝 뛰면 동그랗게 빗물이 모인다.

연잎은 신기하게도 물에 젖지 않고

빗방울을 담는다.


우리 강아지는 왜 하늘만 바라보는가?

비가 좋아?

연잎이 우산해줘서 좋아?

10년 함께 했으나 눈치 없음...







맑은 물에 발을 담그니 그저 시원하고

하늘에서도 시원한 비가 내린다.

어쩌면 연꽃은 스스로 정화하여 물이 맑을까?

참 신통하기도 하지.

이 한여름 땡볕에 이렇게 반가운 비가 오신다.

그런데 땅이 표정은 왜 정색일까?

발도 시원하고 귀도 즐거운데

왜 땅이는 알 수 없는 표정일까?

저렇게 꼬리가 바르르하고 짖지 않을 때는 딱 한 가지 이유인데

벌레가 나타났을 때.


하하하하하

여기 벌레가 어디 있다고.


찜찜한 마음으로 뒤돌아보니 

다슬기와 닮은 거대 고둥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미 높은 망루에서 한 마리의 정찰병이 우릴 발견했다.

이미 소식을 들은 다슬기들이 우릴 포위했다.

가까이서 마주 본 다슬기는 맹하게 생겼다.

호기심 가득한 맹함이랄까.

수염이 달린 얼굴을 밀고서 꼬물꼬물 잘 다니는구나.







연못의 청소부 다슬기를 이렇게 마주 했다.

일단 우리는 연못 밖으로 도망쳤다.

깜짝 놀란 땅이는 모자 속으로 피신했다.


멀리서 보니 조금 귀여운 얼굴, 

우리에게 달리 감정은 없어 보인다.

너희도 우리가 궁금했던 거야?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

너무 가까이서는 말고

서로 멀리서 지켜봐 주고 응원하자고.

앞으로 삶아서 빼먹긴 글렀..







참 좋은 하루다.

빗소리가 온 세상을 다 덮은.

잎사귀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첨벙첨벙 빗길을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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