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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궐에 산다
26화
모두가 잠든 밤
산을 만나다
by
뾰족달
Aug 25. 2024
고르고 평평한 고원에 도착했다.
이 여행의 마지막 지점이다.
그동안 땅이와 대궐의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상상도 못했던 곳,
가까이서 보니 달리 보이던 곳,
생각보다 더 장엄한 곳들,
우리는 많이 걷고 즐기고 감동했다.
평평한 고원의 이 노란 언덕을 지나면
억새를 닮은 갈색의 둥근 풀더미와 만난다.
땅이는 냄새를 맡고 반가워한다.
거기서 이모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리웠던 냄새겠지.
거대하고도 특별한 이 언덕을 끼고돌면
무척이나 통통한 거인의 발을 만난다.
그 사이에 산이 있다.
내 마음속에 산처럼 존재하는 강아지 산이.
여행 내내 보고 싶었던 얼굴이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만져보아도
역시나 세상 업어가도 모르는구나.
확대해서 보니까 더더 귀엽다.
귀를 산처럼 쫑긋거리며 잔다.
집 지키느라 그런가 기특할 뻔했지만
그건 그냥 습관이다.
그저 귀가 뾰족할 뿐.
산 언저리에 거인의 발가락이 눈에 들어온다.
왕발가락이 한없이 치켜 올라간 친근한 발.
저 거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겠다.
유전자의 힘이란.
새벽공기가 차니 이불을 덮어주었다.
무언가 덮어주면 몸을 반달모양으로 말아서 더 잘잔다.
양쪽에서 큰 천막을 잡아끌듯 땅이와 함께 덮어 주었다.
부드러운 양면 이불이다.
엄마 냄새가 났을까?
입맛을 다시며 웃으며 잔다.
곁에 같이 누워 보자. 얼마만인가.
늘 나의 팔을 베고 잤으니
오늘은 특별히 산이 다리 좀 빌리자.
커다란 산이 발에서 꼬순내가 난다.
이것은 새로 나온 마음 평온 향수인가.
함께 하니 너무 좋다.
생각해 보면 이 대궐 같던 집은 참 특별했다.
타잔을 만들어준 창문의 노끈,
고둥 친구를 사귄 비 오는 연못,
가마솥을 닮은 검은 산도 재미있었다.
갖가지 꽃들이 가득한 꽃대궐도 좋았고,
빙벽에 올라 발랐던 로션도 향기로웠다.
매운 향이 나던 대파 가로수길은 또 얼마나 운치 있었나.
거대 휴지를 치우는 건 힘들었지만
뜯는 건 너무 즐거웠다.
모든 시간이 즐겁고 흥미로웠다.
이 집에 감사한다.
이름 없던 텅 빈 공간들에도 감사한다.
여러 곳을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했지만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구석구석이 궁금하고, 탐방이 덜된 곳도 있다.
이 대궐 같은 집은 신기한 곳이 많다.
다음엔 산이도 함께 가자.
그러자.
이제 모두들 잘 자렴.
매일이 평안하기를.
행복 한 스푼.. 아니
행복 한 고봉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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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나는 대궐에 산다
22
술래 없는 숨바꼭질
23
대파 가로수길
24
모두의 낙원
25
연못에서 사귄 친구
26
모두가 잠든 밤
나는 대궐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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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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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제가 참 말이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 못한 말을 조곤조곤 쓰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요. 재주가 없으면서도 말입니다. 말하고 싶습니다. 글과 그림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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