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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Aug 04. 2024

대파 가로수길

뭔가 맵다




분홍 땅이 존재한다니 좋다 좋아.

이 분홍길을 우리 강아지와 함께 걸어 더 좋구나.

주인장이 강아지와 뛰어놀고 싶어

미끄럽지 않은 분홍 바닥을 깔았다지?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조그만 틈이 생겼는데 땅이가 무서워한다.

용기를 내자.

얼굴만 장군감인 땅아.

이건 빙하의 크레바스가 아니라고.


길고 긴 분홍 바닥을 건너면

입장료는 없고 볼거리는 많은

이국적인 특별한 숲이 있다.

쌈채소를 닮은 나무와 기다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린 키 큰 나무들이 있다.

걷기 딱 좋을 간격으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입 꾹 다물고 김치~




이 특별한 숲을 걷기에 앞서 증거물을 한 장 남겨야겠다.

사진 찍으려면 고개부터 돌리고 보는 땅이를 꼭 안았다.

표정이 좋지 않지만 일단 한 컷 남긴다.

인생 사진 한 번 만들자.

땅아 저길 봐야지.


뒤를 돌아 안쪽으로 가니 키 큰 나무들의 숲이 있다.

무슨 나무일까?

익숙하고도 향긋한 매운 냄새가 난다.

으슬으슬하니 감기 기운이 오려할 때 찾으면 

왠지 좋을 숲이다.

이곳에서 쉬면 왠지 건강해질 것만 같다.




깨알만 한 강아지똥



이곳은 대궐집의 숨은 명소인 것 같다.

주인장의 손길이 구석구석 묻어나

어제까지도 일을 하다만 흔적이 있다.

우리 강아지가 거름도 보태주었다.

좋아할라나?

뭔가 도움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지.

깨알만큼이라도 말이다.








이런 독특한 가로수길은 걸어본 적이 없다.

예쁜 쇼핑몰도 맛집도 없지만 너무나 기분 좋은 길이다.

대파를 닮은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우릴 내려다본다.


이 숲에선 길을 잃어도 이로울 것만 같다.

머리가 시원해지고 가슴이 시원해지고

집 나갔던 입맛이 돌아오는 이로움이랄까.


알싸하고도 싱그러운 향의 여운이 남는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대파라면 한 그릇 뚝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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