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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Jul 28. 2024

술래 없는 숨바꼭질

꼭꼭 숨어라



아름드리나무들이 줄지어 선 이곳,

나무 그림자가 참 정겹다.

키가 얼마나 큰지 보려니

위로 위로 시선이 끝없이 올라간다.







와아~

하지만 시선과 달리 나의 몸은 나무 그늘 속으로.

이런 곳에서는 숨어야지.

잠시지만 너의 당황한 모습을 보니 너무나 즐겁다.

근처에 있는 걸 다 알면서

냄새로 가까이 있는 걸 알면서

땅이가 기웃기웃 함박웃음 지으며 다닌다.

꼬리가 발보다 더 바삐 움직인다.






요리조리 피하며 나무들 사이로 옮겨 다니다가

엄청난 걸 발견했다.

하얀 단층집에 귀요미들이 숨어 있다.

왜 그런 곳에 숨어 있어?

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어?

두려운 누군가가 나타난 걸까?

토끼눈을 하고서 옹기종기 숨바꼭질 중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술래가 보이지 않는다.


아...

하얗고도 회색의 털북숭이를 피해 숨었구나.

눈알을 빼서 퉤!

지느러미를 잘근잘근 씹어서 퉤!

여러 번 바느질 수술을 선물한 

멍뭉이를 피해 숨었나 보다.

그 멍뭉이가 맞지만

콩알만 하니까 무서워말아.







땅이 거기서 또 눈알 노리지 말고 같이 놀자.

우리 강아지 어디 있나?

어디 어디 숨었나?

꼭꼭 숨어라.

곱슬 털뭉치 보일라.


육해공 귀요미들 사이에 섞이니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콩알같이 귀여운 작은 눈들도 모두 닮았다.

저기 저 분홍 토끼 뒤에 하얀 얼굴이 누구지?

저 인형 같은 귀요미는 누구 집 강아지지?







숨바꼭질을 하면서

땅이는 친구들과 화해한 듯 보인다.

그동안 여러 번 수술시켜서 미안했다고 한 걸까?

그랬을 리가.

좀 얌전히 놀겠다고 했나 보다.

휘둥그레한 놀란 눈들이 다시 까만 점으로 돌아갔다.

단춧구멍 같은 눈이 참 귀엽다.

모두들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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