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7일 실시 _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1991년 노태우 정부는 30여 년 만에 구시군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여 그동안 중단되었던 지방선거를 부활시켰습니다. 그러나 단체장 선거는 연기하면서 지방자치는 온전한 형태를 띠지 못했습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 정부 역시 단체장 선거에는 미온적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그러나 지방의희 선거가 다시 1995년에는 실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단체장 선거와 지방의원 선거를 해마다 치를 수는 없고,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 선거와도 같이 치러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4년마다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 중간에 지방선거를 넣어 서로 겹치지 않게 하면서 모든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기존 지방의회 의원의 임기를 1년 줄여 1994년에 동시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냐 아니면 1995년에 제1회 동시 지방선거를 치르고 여기서 선출된 지방의원과 단체장의 임기를 이번 선거에 한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할 것이냐였습니다. 마침내 정치권은 94년 3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제1회 동시 지방선거를 1995년에 실시하기로 합의하게 되었습니다.
단일 선거법의 제정
그리하여 김영삼의 '문민정부' 출범 2년 만인 95년 6월 27일 우리나라 선거 사상 최초로 시도지사 및 구시군 단체장 선거와 시도의회 의원 및 구시군의회 의원선거 등 4개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됩니다. 광역단체장인 시도지사 선거와 광역의회인 시도의회 선거 2개, 기초단체장인 구시군 단체장 선거와 기초의회인 구시군의회 선거 2개, 이렇게 해서 총 4개의 선거가 같은 날 실시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부터는 선거 때마다 각각 적용해오던 선거법을 통합하여 새로 제정한 단일한 법률「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적용해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완전한 지방자치 실시와 신 3김 시대의 개막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실시로 지방자치 단체장도 주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게 됨에 따라 군부에 의해 중단되었던 34년 만에 완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게 되었다.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김영삼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기도 했고,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이 다시 정치무대에 등장하여 호남정치세력을 규합하며 정계복귀를 알렸습니다. 한편,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김종필은 독자적으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여 의원내각제를 기치초 충청권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이른바 지역주의에 기반한 '신 3김 시대'의 시작을 예고했습니다.
선거 결과, 여당인 민주자유당, 호남 기반의 민주당, 충청 기반의 자유민주연합 등 3당이 각자의 연고지역에서 승리하여 완벽한 지역분할 구도를 형성하였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시도지사 15명 등 총 5천 명 가량의 당선인이 배출되었는데 그중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지방의원은 323명이나 되었습니다. 민주자유당은 영남권에서,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자유민주연합은 충청권에서 각각 상대적으로 당선자를 많이 내어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 같이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나타냈던 것입니다.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동시 선거
선거관리 측면에서 처음으로 동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선관위의 부담도 적지 않았습니다. 평균 2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번 선거에는 시도지사 후보 56명을 비롯해 총 1,596명이 후보자로 등록했습니다. 처음 치르는 동시선거였으므로 처음 도입된 제도들도 많았습니다. 개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도입한 투표지 계수기와 금융기관 직원 개표사무원, 선거 유세차라고 불리게 된 연설대담 차량 및 선거벽보, 선거별로 다양해진 투표용지 등이 이번 제1회 동시 지방선거에 새롭게 도입된 제도들이었습니다. 철저한 준비 덕분에 처음 치러진 동시선거는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지만 과중한 업무 때문에 선관위 직원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을 알린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였지만 정당의 지나친 개입과 지역주의 투표성향의 반복으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하는 지역분할 구도는 인물 경쟁과 정책대결 중심의 정책선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