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3일 실시 _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월드컵 일정과 겹친 지방선거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월드컵 개막전과 겹치면서 선거 연기가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개막전이 5월 31일이면 선거일은 6월 13일이어서 후보자 등록이 막 끝나고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시작하려는 시점입니다. 따라서 월드컵 때문에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일각에서는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선거일을 1~2개월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과 그해 12월에 예정되어 있던 제16대 대선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대와 법으로 정해진 선거일을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바꾸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여야는 결국 예정대로 6월 13일 치르기로 했습니다.
16대 대선의 전초전 양상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인 2002년 6월 13일 실시된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치러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총선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이 된 사례는 몇 번 있었지만 선거를 치르기 전에는 어느새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여소야대의 정치구도가 아닌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만은 그야말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집권 여당은 선거에 임해야 했습니다.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이른바 'DJP연합'이 김대중 정부가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자 붕괴되고 김종필 총재는 독자노선을 걷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월드컵 개최 일정과도 겹쳤지만 16대 대통령 선거일정과도 겹쳐 사실상 대천의 전초전으로 치러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각 정당의 제16대 대통령 선거 후보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여권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는 정치적 수세에 몰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 세 곳 광역단체장 중 한 곳 이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선 후보로서 재신임을 받겠다며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결부시켰습니다.
선거 결과를 요약하면, 야당인 한나라당 압승, 여당 새천년 민주당 참패, 자민련 몰락, 민주노동당 도약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부터 광역의원선거에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에게 각각 1표씩 투표하는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는데 여권 지지표의 상당수가 민노당으로 유입되면서 민노당이 비례대표 선거제도 도입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 일약 제3당으로 도약하게 된 것입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구에서 11곳, 기초단체장 선거구 232개 중에 140 곳, 609개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구에서 431곳(70.8%)을 승리로 이끌었고 시도의회의 60%를 장악했습니다. 반면,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광역 단체장선거에서 4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44곳, 지역구 광역의원선거에서 121곳에서 승리하는 저조한 성과를 냈습니다. 자민련은 충청권에서도 참패하여 당의 존립조차 위협받게 됩니다.
열드컵 4강 신화와 낮은 투표율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었지만 실제 투표율은 예상대로 매우 저조했습니다.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멀어져 결국 최종 투표율은 48.9%로 집계돼 전국 규모 선거 사상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0대의 투표참여는 더욱더 저조해 30%에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이 절반도 안 되는 투표율은 6년 뒤 제18대 총선에서 46.1%의 새로운 기록으로 깨질 때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사상 최저 투표율로 기록되었습니다.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비록 월드컵 열기로 인한 저조한 투표율과 지방선거가 대선의 전초전 양상을 띔으로써 강화된 지방자치의 고유성 상실, 정치권의 계속된 비리로 인한 정치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과 냉소로 얼룩졌지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었으며 여성후보 추천 할당제와 같은 혁신적인 선거제도를 도입하며 우리나라 대의제 민주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선거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