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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Aug 06. 2020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대통령 선거

2002년 12월 19일 실시 _ 제16대 대통령 선거

"정치 참여 거부에 대한 불이익 중 하나는 당신보다 하등한 존재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 플라톤  




이변의 시작은 국민참여 경선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연초만 해도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일방적 승리가 예견되었습니다.  그러나 3월 제주에서 여당인 새천년 민주당이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최초로 도입한 국민참여경선이 시작되자 이변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입지가 약했던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깨고 제주 경선에서 승리하고, 그 여세를 몰아 광주 경선에서 그 지역 연고자인 한화갑 후보를 누르고 흥분과 열광이 시작됩니다. 자발적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의 활약과 인터넷에 강한 청년층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호남 지지 기반의 정당에서 부산 지역 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최종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 선거의 판세는 급변합니다. 마침내 새천년 민주당의 경선 직후에는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 지지율을 크게 앞서기도 했습니다. 




월드컵 열기와 정몽준의 부상

그러나 대통령 아들과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폭로되고 김대중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진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자 노무현 후보의 입지는 급격히 흔들리고 심지어 여당의 대선 후보자를 다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되었습니다.  당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전과 붉은 악마의 응원전이 전 국민을 광기와도 같은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던 상황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결국 정몽준은 <국민통합 21>이라는 정당을 창당하고 지난번 대선에서 못 이룬 아버지의 꿈을 실현시키기 자신이 직접 대선 후보로 나섭니다.


정몽준과 노무현



드라마의 절정 단일화 철회

야당의 이회창 후보가 부동의 40% 지지율로 다른 후보들을 일찌감치 앞서는 상황에서 여권인 새천년민주당 내에서는 노무현 후보로는 필패라는 비관론이 비등했고 급기야 많은 의원들이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면 탈당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후보 단일화 문제로 당이 내분 사태에 까지 이르자 노무현 후보는 마침내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벌여 기적 같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후보 단일화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선거일 전날  12월 19일 저녁 10경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노무현 후보는 급히 정몽준 후보의 자택을 방문했지만 면담마저 거절당했습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치러진 제16대 대통령 선거 결과 역시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투표가 끝나고 공개된 출구조사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졌지만 개표 초반에는 이회창 후보가 개표가 30%  이루어진 시점까지는 무려 50%가 넘는 우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국 개표율이 32%를 넘어서고 수도권 지역의 개표가 시작되자 노무현 후보가 역전에 성공합니다. 이후 1위와 2위 후보자의 싸움은 엎치락 뒤치락 예측 불허 양상을 보여주다가 마침내 여당의 노무현 후보가 48.9%, 야당의 이회창 후보가 46.6%의 득표율을 기록 불과 57만여 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노무현은 총 1,201만 표를, 이회창은 총 1,144만 표를 얻었던 것입니다.


희망돼지 저금통과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



3김 시대의 종식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70.8%로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 80.7%와 비교할 때 무려 10% 가까이 낮아졌지만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을 결성하고 촛불시위 같은 사회이슈에 정치적 의사를 적극 적으 표현하는 젊고 새로운 청치 세대의 등장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월드컵을 계기로 '붉은 악마'의 응원 위해 거리에 모였던 젊은 세대가, 12월 14일 광화문에서 개최된 <효순 미선 추모 촛불시위>에 참여하며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인터넷과 팬클럽을 통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는 새로운 양식의 선거전이 펼쳐진 것입니다. 



16대 대선 후보자 선거벽보와 투표용지




비주류 대통령의 당선

제16대 대선에서는 부산 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호남권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전의 김영삼이나 김대중과 달리 다른 정치세력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승리하면서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분할구도를 일정 부분 극복했고,  지역주의에 기반한 이른바 '3김 정치' 시대를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청신호였습니다. 월드컵을 계기로 분출된 젊은 세대의 열기가 자발적 정치참여로 이어져 온라인 선거운동과 정치인 팬클럽이라는 저비용 선거문화를 정착시킨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입니다.


부재자 투표 우편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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