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드라마 '중쇄를 찍자'

by 산들

*방영시기 : 2016년


*등장인물 : 쿠로키 하루, 오다기리 조, 사카구치 켄타로, 아리카와 요시요시, 코히니타 후미요


*산들의 코멘트

주간 만화잡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마츠다 나오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중쇄를 찍는다'는 것은 출판한 작품이 인기가 좋아서 많이 팔리면 초판본의 수량이 달리니 2쇄에 들어간다는 의미. 출판사, 편집자, 작가, 독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법과 같은 주문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 중쇄를 찍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주간 만화잡지 '바이브스(vibes)'의 편집자와 작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판사와 서점, 편집자, 작가의 끈끈하면서도 때론 적대적인 관계를 아주 흥미롭게 표현했다.


주인공인 '코코로'는 유도 선수 생활을 하다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출판사에 취직하게 된다. 그리고 운동선수로서 다져온 체력과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새끼 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을 배워 나간다. 매 회 직장 동료, 그리고 그들이 담당하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사연들이 희망차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서 다양한 감정을 전해준다. 주인공은 코코로지만 이 드라마를 일궈가는 이들은 여럿이고 비중도 비슷하다는 점도 매 회 신선했다. 의욕만 가득 찼던 신입사원에서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과 교감하며 프로 편집자로서 성장해가는 코코로의 모습은 예상 가능했지만, 보면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은 왜일까.


무한 긍정에 사람과의 '관계 중시' 코코로는 같은 팀 내에서도 다양한 업무 스타일을 가진 팀원들을 보며 혼란에 빠진다. 담당하는 작가와의 관계도 팀원마다 가지각색. 연락을 자제하며 필요한 부분에서만 넌지시 지원해 작가의 자율성을 지켜주는 사람, 무조건 자주 얼굴 보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사람, 작가를 윗사람으로 모시면서 '접대'를 통해 독려하는 사람, 작가를 매출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 등. 출판사 배경의 드라마라 갈등은 주로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너무 가까워지지 않고 적당한 선을 지키는 사업적 관계, 혹은 서로를 향한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감정적인 관계 중 뭐가 더 나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와 내 담당 작가가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그걸 깨달아 가는 코코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흐뭇했다.




내 업무 스타일은 과정 위주? 결과 위주?


회사 안의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인간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

정석적인 프로세스를 따르며 중간중간 업무 상황을 공유하고, 갈등 없이 둥글게 진행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최단 시간에 최고 결과만을 목표로 다른 건 필요 없다 하는 사람도 있다. 보통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관련자들 간의) 관계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은 관계보다는 효율을 중시한다. 내 방식만이 정답이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으니.


외주 앱 개발사와 새로운 앱 서비스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을 생각해보자. 우선 이 방식은 진행하는 조직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충분한 기간을 거쳐 만든 최종 기획안을 상위자의 컨펌을 받고 개발단에 전달하고 충분한 개발과 QA 시간을 가진다. 주간 리뷰 회의를 통해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이슈사항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의 의견에 따라 수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되 수정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도 일정에 추가하며, 수정에 따른 사이드 이펙트는 없는지 확인한다. 레드 마인이나 컨플루언스, 지라 등의 플랫폼을 이용해 진행사항 실시간 공유 및 멤버들이 확인했는지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무리하게 일정을 압박하지 않는다. 초기 기획안부터 수정된 내용에 따른 디자인, 개발 버전의 결과물은 제대로 아카이브 해서 히스토리를 관리한다. 참여한 멤버들 모두 새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고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작업에 4개월이 걸렸다.


결과를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을 생각해보자. 단시간에 최대의 결과물을 만드는 게 목표다. 요건이 정리되는 족족 일단 개발사에 전달한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팀장이 이런 기능을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한 내용을 밀어 넣되 오픈 일정은 당초 계획을 고수했다. 주간회의 외에도 필요한 시점마다 회의 요청을 하고, 일정을 확인해보니 개발 속도가 느린 것 같아 개발사 PM을 불러서 좀 더 속도를 내 달라고 이야기한다. 사실상의 야근 요구나 다름없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일정에 치여 결과물 정리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다고 해서, 결과물 정리는 나중에 일괄적으로 하는 것으로 미룬다. 진행사항에 대한 공유는 개발 PM과 팀장에게만 전달해 상위 의사결정자의 피드백 위주로 반영하고 서비스를 세팅한다. 2개월 만에 서비스가 오픈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았다. 사실, 관계와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정석대로 진행하되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가장 나은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거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결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직장인으로서 부여받은 과제는 보통 데드라인이 있기 마련으로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는 과정을 중시하되 결과도 빨리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특히 앱 서비스에서 ASAP는 필수적으로 딸려오는 해시태그 같은 거랄까. 과정을 우선시하는 업무 프로세스만 취하고 있다면, 시장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반면, 극단적으로 결과만 중시하는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필요한 것만 취하고 외부 대행사 등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게 되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렇게 하면 주변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대신,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비용이 절감되고 돈이 많이 벌린다. 결국 팀이든 회사든 그런 사람들이 벌어오는 돈과 시간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이런 방식이 쌓이면, 한 번 데어본 사람들은 나 혹은 우리 회사 하면 학을 뗄 것이기에 함께 일할 사람들을 다시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게 맹점.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 너무 극단적인 방식은 좋지 않다. 회사는 이 모든 다양한 업무 형식이 조화되는 곳이다.


A는 요즘 협력사와 함께 하는 주간 회의에 들어가기가 싫다. 새로운 앱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외주 업체를 쓰기로 하면서 작업 진행률 및 주요 이슈 사항을 공유하기 위해 협력사와 주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A의 회사 사람들이 기획, 디자인, 개발의 요건과 방향을 제시하면 협력사에서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A 회사 담당자들이 확인하는 형식이었다.
주간회의에는 A를 비롯한 A의 팀 담당자들과 같은 회사의 베테랑 개발 PM B, 외주 개발사의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마일스톤에 따른 진척사항을 확인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오류 내용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개발 PM B는 유난히 이 부분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
A는 협력사와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일하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거라는 생각이었지만, B는 누가 봐도 갑이 을에게 지시하는 듯한 투로 협력사를 대하고 있었다. 입찰을 통해 뽑은 협력사는 비록 큰 업체는 아니었지만 A회사가 제시한 콘셉트에 맞는 기획 방향과 그걸 구현해 낼 수 있는, 그리고 A와 B보다 연차가 오래된 탄탄한 경력의 개발자들을 가지고 있었다. B가 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심각한 이슈 리스트가 이렇게 많은 거냐, 이 부분은 어떻게 확인한 거냐, 이래서 기한에 맞출 수 있겠냐 하는 말말들을 할 때면 A도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평소의 A가 알고 있던 B의 모습보다 일부러 더 날 선 단어를 쓰고 고압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분이 상한 게 눈에 보이는 듯해 A는 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A도 협력사에 대한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B에게 조심스레 말해보기도 했다. B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앱 개발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알게 되는데, 좋게만 이야기하다 보면 앱 출시는 망하는 거라며 다음 주 주간회의 때는 협력사가 더 나은 결과물을 들고 올 거라며 호언장담하는 소리만 들었다. 과연 그다음 주간회의에서 협력사가 보여준 결과물은 지난주에 비해 상당히 많이 진척되어 있었다. 심각한 이슈 사항들이 거의 다 종결 처리되어있었지만, 그만큼 협력사 사람들의 얼굴은 더 지쳐 보였다. 몇 번의 불편한 주간회의 후에 앱은 목표한 타깃에 맞게 무사히 출시되었다. 그리고 출시를 기념하는 회식자리에서 B와 협력사 사람들이 언제 갈등이 있었느냐는 듯 크게 웃으며 술잔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A는 뭔가 개운치 못한 기분을 느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소리만 듣고 싶은 건 어쩌면 모두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업무에 데드라인이 없고 활용할 수 있는 공수가 무한정 있다면 모두가 둥글게 살 수 있을지 모르나, 회사 안에 있는 이상 우리는 제한된 일정과 공수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 본인의 성과만 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로만 가득하다면 조직이 유지되기 어렵다. 과정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업무 스타일을 익히면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말이 쉽지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사실 정답은 없기에, 과정 위주든 성과 위주든 내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업무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 과정과 원칙을 중시하며 조직의 관계를 잘 만들어 가는 사람과 성과 위주의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 공존해야만 하나의 공동체로서, 오랜 기간 존속하며 매출을 만들어 내는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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