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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Sep 22. 2024

워킹맘이 행복하려면 세 개의 주머니를 차라

비로소 행복지도를 만드는 첫 번째: 재정관리

나의 부모님은 평생 성실히 일하셨다.  아버지는 올해 칠순이 되셨지만 여전히 일을 하고 계신다. 풍족하지는 않았어도 부모님은 집도 마련하셨고 두 딸을 대학까지 마치게 해 주셨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큰 경제적 사건은 없었다.


아니, 자식들에게 크게 티를 내지 않으셨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집의 경제적 위기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아버지는 한동안 집에 계신 날이 있었는데 대신 엄마가 동네 근처 공장에 일을 하러 다니셨다. 그러다 벽걸이 선풍기가 엄마 어깨 위로 떨어졌고 허리를 다치셔서 수술까지 해야 했다. 아빠는 꽤 오랜 기간 병원에서 엄마 병간호와 아직 어린 두 딸을 챙기고 일을 하느라 경제적 어려움에 물리적 피로가 쌓여 많이 지치셨다. 생계를 위해 상황에 따라 남편과 아내가 누구라도 나서야 하는 것, 배우자가 아프면 다른 배우자가 안게 되는 무거운 책임에 관한 것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아빠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렸다. 이런 짐을 짊어지기에는 몹시 고단한 하루하루였을 것이다.


엄마는 가정 주부로 살았지만 엄마 마음속에는 언제나 장군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장군은 이렇다 할 전투를 제대로 치러보지는 못했다. 미용도 배우고 수지침도 배우고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공부하고 그러다가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셨지만 결국 바라던 직장생활은 얼마 하시지 못하였다. 당장 최소한의 금액을 벌어들일 만큼 숙련도를 갖출 시간이 없었고 당장 생계에 뛰어들면서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 린 탓이다.  


아빠는 보수적이고 안전을 추구하는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집은 큰 투자 수익은 없었다. 우리보다 평수도 작고 1층인 집이 우리 집보다 비싸게 매매되는 상황도 보고 전철역이 생기는 호재에 너무 이른 시기 아파트를 팔아서 아쉬운 상황에 놓인 적도 있었다. 그러다 지금은 시골로 귀촌하셨지만 시골 단독주택은 앞으로 집값이 오를 일도 주변의 이런저런 호재도 생길 계획도 없는 그야말로 깡촌이다. 가뭄에는 수도가 막히고 새벽배송도 안 되는 곳이라면 상상이 되겠는가. 도시생활만 하신 분들이라 귀촌 몇 년간 주변 텃새 아닌 텃새에 마음같이 되지 않는 텃밭 농사에 속상해하시는 걸 지켜보기도 하였다.  


그래도 보수적인 투자 성향은 안정장치를 마련해기 마련이다. 아빠는 연금이나 다른 장치는 해두신 것이다. 그리고 얼마간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셔서 가끔 손주들 용돈을 주시기도 한다.


50년대 베이비부머 세대인 엄마 아빠는 부모를 공양하고 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 가부장적인 시대에서 자랐지만 자식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려고 한 기회의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들고 나니 자식 세대는 자신들 앞가림하는 것조차 버겁고 세상은 더 팍팍해져 버렸다.


부모님의 청년, 장년, 노년을 지켜보며 가정을 잘 지키는 것에는 경제적인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항상 방법을 찾았고 당신들만의 성실과 끈기로 버티고 이루어 오셨다. 자식들에게 큰 내색을 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버거움을 이제 부모가 되어 보니 실감이 난다. 그리고 두려워진다.


과연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만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금의 여유가 허락될 것인가. 내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울타리를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비로소 행복지도를 만드는 여덟 번째 요소는 재정관리다.



손주의 교육은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 재력으로 완성된다고 했던가. 한 세대 넘어야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나의 생계뿐만 아니라 자식, 미래의 자식의 자식에게까지 나의 자산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부담이 되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자산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생애 주기별 주요 재무 목표와 준비사항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회 초년기(20대) 결혼자금, 내 집마련, 자동차 - 청약, 주거래 은행 만들기

가정 꾸미기(30대) 자녀 육아, 교육, 은퇴자금 마련 - 연금, 세제혜택

자녀 성장기(40대) 자녀 교육, 은퇴자금 - 보험, 부채 상환 계획

갖고 성숙기(50대-60대) 자녀 결혼자금, 노후생활, 증여, 상속 플랜 - 부채, 모기지, 의료건강보험, 질병 은퇴 생활 준비


워킹맘은 생애주기별 우리 가정의 수입과 필요한 자금의 사용 구성을 신경 쓰고 지금, 미래를 보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집의 재정관리를 위해서는 경제주체인 부부의 경제적 가치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자산의 관리 방식을 통합할 것인가 나누어 관리할 것인가.

2. 함께 관리하는 자산의 관리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3. 자산 관리의 주체와 의사 결정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얼마 전 부부 관계를 다룬 정신상담 프로그램에 나온 부부가 있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이 부부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반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부부는 자산관리를 각자하고 공동의 지출과 투자에 대한 부분에 대해 공정하게 반씩 부담하는 집이 많다고 한다. 이런 의견이 잘 맞지 않을 경우에는 급기야 이혼까지 하는데 이런 이혼을 '엑셀이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산을 나누어 관리하는 부부가 많은 만큼 공동 지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에 대한 합의가 더 중요할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소득을 한 데 모으고 각자 한 달 용돈을 다시 서로 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다. 서로의 쓰임이 비슷하고 남녀의 생필품이나 소비습관, 기호성향에 대해 존중하는 편이다. 각자 용돈 안에서 운용 가능한 것은 각자 알아서 부담하고 큰 비용이 드는 소비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를 하고 구매를 하는 편이다.


<마이크로 파이프라인>이라는 책에서는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책에서 인용한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이라는 책의 6단계 성공철학은 기억할 만하다.

1단계: 바라는 돈의 금액을 명확히 하라
2단계: 가지고 싶은 돈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결정하라
3단계: 소망을 달성할 기한을 결정하라
4단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지금 당장 행동에 옮겨라
5단계: 지금까지의 단계를 종이에 상세히 기입하라
6단계: 1일 2회 잠자리에 들기 전에 큰소리로 읽고 이미 달성한 것처럼 여기며 그대로 믿어라


자산관리는 인생 주기에 따라 사용처의 구분이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때 단순히 '우리 집 대출금 갚고 아이 대학학비까지 얼마 모아야 한다'라는 구체적인 액수를 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조금 더 크고 넓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인드부터 부자나 사업가처럼 가계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그만큼 손실이나 수익률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역시 이 책에서는 부자들만이 알게 모르게 체화하고 공유하고 있다. 그 부자 함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부유함 = 부자상수 K x f(투자수익률, 절약, 부의 파이프라인)
부자상수 K=f(부자가 되려는 의지, 부자습관, 위험관리)


일단 부자 상수 K를 크게 해야 한다. 부자 성공원칙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즉, 부자가 되려는 의지, 부자습관, 위험관리를 연습하고 체화하여야 한다. 여기에 구체적인 실행은 투자수익률을 1%라도 올릴 수 있도록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수익원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벌고 쓰는 돈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어차피 통장을 스치는 월급이라고만 여기지는 않았나 하고 자문해 보라. 사실 내가 그랬다.


이 책을 읽고 남편과 나는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그전에 '우리 집 행복 자산 관리 프로젝트'의 워밍업 수행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우리 한 달 사용하는 지출 내역을 따져보기

2. 1년 동안 들어가는 경조사, 세금 비용 따져보기

3. 수입과 부가 수입, 변동 이슈 고려하기


이 과정을 통해 세 가지 숫자를 얻을 수 있다.


1. 가계에 필요한 한 달 평균 예산

2. 긴급 자금

3. 추가해야 할 최소 수입


1번에서 고정비용이 과연 고정비용 금액으로 타당한가를 살펴본다. 사실 이 부분이 중요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의 소비 습관과 가계의 규모를 직접적으로 알게 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우리는 20-30대 미혼일 때 들었던 보험의 보장내용과 범위를 체크하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 등의 저축상황,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구독비용을 파악해서 교체하고 해지하였다.


또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우리 소득 수준이나 식습관과 관련지어 고민해보기도 하였다. 음주나 배달과 외식 등에 의한 건강 관리 및 식비 지출에 대한 것을 한 달 동안 체크하면서 문제점을 찾은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식단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음주는 빈도를 줄이기로 하고 외식과 배달도 한 주 1회로 정하여 집밥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식비는 줄이면서 먹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미리 식단을 짜고 먹을 만큼 최소한만 요리하며 장 보는 방식도 주기와 비용을 루틴을 만들어서 번거로움을 줄이려고 노력하였다.



2번에서 긴급 자금은 가족과 부모님 등의 방계 가족의 경조사에 따른 갑작스러운 목돈 지출 등을 고려한 예비 자금을 의미한다. 대개 한 달 생활비의 2-3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소득이 감소하거나 큰돈이 들어갈 일이 생길 경우 완충작용을 할 수 있어서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든든하다.


3번은 추가해야 할 최소 수입금액을 설정할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이 어느 정도 명확해졌고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 눈에 들어오면 앞으로 아이의 성장과 우리의 노후 등에 따른 여유 자금 마련의 필요성이 더 선명해진다. 맞벌이라면 돈 나올 구멍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동기부여가 앞으로의 수입 증가를 위한 준비를 좀 더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이끈다.


이때 수입을 만든다는 것은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투자 소득이 포함된다. 투자 계획은 부부의 투자 성향에 따라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그에 따라 무위험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나누어 관리할 수 있다. 저축과 같은 무위험자산의 비율과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위험자산의 비율을 정하고 그 수익률을 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투자금에 늘려갈 계획과 예상 수익률을 통해 미래 자산의 규모가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적은 금액이지만 투자 금액을 조절하고 위험자산에 얼마간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대신 우량주 위주로 선정하여 매달 기대 수익률을 8%로 잡고 운용을 해보기로 하였다. 주식으로 수익이 날 때도 있지만 손해를 볼 때도 있는데 수익률을 정하지 않을 경우 손해가 났을 경우 쉽게 매도를 하지 못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익률을 정해두면 수익이 난 금액을 합산하게 되므로 최소한의 손해액으로 멈추고 다시 투자할 수 있게 만든다.


지금처럼 글을 쓰고 언젠가는 책을 낸다면 저작권을 기대할 수도 있다.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저작권을 통한 수익창출이 가능한 시대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나의 관심사와 재능, 능력을 나눌 수 있다면 자아실현과 함께 수익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워킹맘은 3개의 주머니를 차야 한다.



첫 번째 주머니는 지금 당장 먹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금이 담긴 주머니다. 위에서 1,2번에 해당하는 금액이 포함된다. 재산세, 자동차세, 명절 생신 및 지인들의 경조사비를 포함하여 평균하여 계산한 평균 월 지출 금액에 예비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주머니는 미래에 사용하게 될 돈을 모아두는 주머니다. 위에서 3번에 해당하는 자금이다. 자식의 교육, 소득 감소에 따른 부채이자마련, 결혼자금, 노후 자금등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늘려 나가야 하는 주머니다.


세 번째 주머니는 워킹맘이 꼭 챙겼으면 하는 주머니다. 바로 우리 가족의 꿈을 위한 주머니다. 여기에는 자식의 경제 교육을 위한 용돈이 포함된다. 아이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것만큼이나 돈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아이가 입고 먹고 쓰는 돈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직접 관리할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벌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또 이 주머니는 부부 각자의 개인적인 취미와 이상, 꿈, 버킷리스트에 들어가는 다소 허무맹랑하고 쓸 데없을 것 같은 것을 실현시켜 줄 금액을 마련하는 주머니이기도 하다. 나는 10주년을 맞아 우리의 여행비용을 마련해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했다. 일부는 순금 목걸이로 두고두고 생색낼 수 있는 아이템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돈은 나의 지금을 만들어주면서 미래를 꿈꾸게 한다. 돈에 부족하여 힘들게 사는 것은 누구라도 싫은 상상이다. 충분히 나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소득원을 개발하고 지금 당장보다 점차 복리로 행복해지는 가정을 상상하며 힘을 내보는 것이 우리 워킹맘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꿈은 쓰고 말하고 실천하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자산관리는 돈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 집의 행복과 꿈에 관한 구체적인 생활 습관일지도 모른다.



본문에 소개한 책 리뷰는 내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biroso.kr/491989



https://www.biroso.kr/491986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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