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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Sep 18. 2024

워킹맘이 행복하려면 가족 간 보이지 않는 끈을 이어라

비로소 행복지도를 만드는 첫 번째: 가족관계유지

흔히 가정이 편안해야 큰일을 한다고 한다. 남편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이제는 아이들도 그렇다. 아이들도 엄마아빠가 말도 안 하고 싸우기만 하면 눈치 보고 집에 들어오기도 싫고 공부고 뭐고 귀찮다고 느껴진다. 아내도 바닥에 떨어진 먼지 한 톨 줍고 싶은 마음이 달아난다. 남편도 바깥에서도 고생 안에 들어와서도 고생이라 술이나 한잔 더 하는 게 낫다 싶다. 각자가 가장 애틋하다. 그런 집은 조용하다. 서로가 함께 집에 있을 때 마치 폭풍 전야 같은 침묵만 채운다. 텔레비전, 핸드폰 소리만 난다. 혼잣말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까지 온 가정이라면 아마도 각자 고민이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의 부모는 50년대 베이비부머,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 많이 한 세대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부모를 부양하고 경제적 부흥기에 자식들만큼은 누구 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던 세대다. 그러다 보니 매사 일이 많고 힘들었다. 속내보다 표현이 거칠었다. 그 세대의 자식 세대인 나는 그들의 베풂에 대한 것보다는 거친 표현에 상처받기 일쑤고 내가 불행하다고 여긴 날도 있었다. 


가정 주부였던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투자나 가계운영에 밝지 않았고 아빠가 경제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용돈, 학비, 생활비를 감당하는 내내 책임감으로 하루를 채우고 그 피로를 가족에게 풀었다. 어릴 때는 엄마가 애처롭고 독리적이지 못한 상황이 답답했다. 그 시대 여자들이 모두 마음에 두었을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새기며 독립할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사춘기를 보냈다. 


성인이 되고 스스로 돈을 벌고 보니 아빠가 가정의 생계를 위해 겪은 무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빠는 딸 둘인 집에서 외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아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온 것이다. 



비로소 행복지도를 만드는 일곱 번째 요소는 가족관계유지다.



모든 가정이 다 100% 화목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아도 나를 지탱해 주는 가족과의 끈 같은 것이 있다. SNS에서 돌고 도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있는데, '나를 지탱해 주는 이것 하나'가 있어서 가족과의 애증을 견딘다는 것이다. 그 '이것'에는 여러 댓글이 달렸다. 그중 하나가 한겨울 신데렐라 좋아하는 아이에게 유리구두 만들어주겠다고 얼음 얼려서 구두모양 깎아주면서 손 빨개진 엄마 이야기다. 평소라면 이런 걸 뭐 하려 하냐고 호통을 쳤을 테지만 세상 해맑게 웃으며 자식 주겠다며 손까지 빨 개가며 그걸 만드는 모습이 아이에게는 나를 위한 헌신과 사랑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나눈 말과 표정, 시간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물건들이 모여서 아이와의 교감이 된다. 부모 자식사이라도 관계가 멀어질 경우 이런 추억이 단단한 풀칠을 하고 있다면 다시 마음을 돌릴 수 있다. 





앞서서 행복지도의 여섯 번째 요소인 가사분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워킹맘은 가사와 가족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가사로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는 잘 알지만 가족관계를 위한 것에는 어떻게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실천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사와 가족관계 유지가 상충관계가 아니다. 둘 중 하나에 집중하느라 다른 하나를 소홀히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사가 집안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면 가족관계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정서적 교감을 쌓고 사랑과 친밀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사가 가족 간의 사랑과는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목적이 가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사는 공간에서 쾌적하게 휴식을 취하고 서로 간의 추억을 쌓는 중요한 장소라는 개념이 있어서 집을 가꾸는 것이다. 한편, 가족 간의 관계가 잘 유지된다면 단순히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이 아니라 당장 누구 한 사람만 가사를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엄마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빨래를 돌리면 아빠는 분리수거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아이도 대걸레질을 하거나 신발장을 정리하게 된다.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가정을 관리하는 청소와 정리의 룰이 정해지고 그것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동력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가족 관계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가?
그 당연한 것을 굳이 표현해야 할까? 


대답은 그 당연한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닐 수도 있다'라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내가 부담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성향에 따라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정도에 비해 과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소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일단 표현이라는 걸 한다면 다행이다. 


사랑하고 좋아하고 존경하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기본이다. 특히 가족은 그런 관계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이어가려고 해야 한다. 어쩌면 개인으로서 나 자신을 지탱하는 것은 나 자신의 자존감일 테지만 어린 시절 나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은 가정이고 다 큰 나의 자존감을 유지시켜 주는 것도 가정이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는 사회관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밖에서는 세상 선하고 이타적인 사람이 집에만 들어오면 이기적이고 과묵해지는 사람이 있다. 가족에게는 냉소적이고 뼈 때리는 말만 해주는 사람이 있다. '가족이니까 이런 말을 해주는 거야'라고 하지만 가족이 보듬지 않는 사람을 바깥에서 누가 보듬어 줄까를 생각하면 수위 조정은 좀 해주면 좋겠다. 


특히, 아이가 어린 시절 엄마와 아빠의 관계, 서로 주고받는 말의 어휘와 톤, 아이가 이야기할 때 마주한 눈빛과 표정이 중요하다. 그 말투와 어휘, 표정과 제스처를 보고 아이는 그대로 따라 한다. 



이제 가족 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노력해 보기로 하자. 다음은 우리 가족이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이다. 

 

1. 가족이 나가고 들어올 때 얼굴 보고 눈 맞추고 말로 인사하기

2. 핸드폰, 텔레비전 끄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하루 30분(주말 1시간 이상) 만들기

3. 하루 한 끼라도 함께 차리고 먹고 치우기

4. 잔소리 자주 하게 되는 것에 대한 예방/대응 매뉴얼을 미리 짜주기

5.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기분과 체력 상태를 미리 공유하고 양해 구하기

6. 약속은 지키고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7. 말투와 어휘에 신경 쓸 것 


 

매일 아침 남편이 출근하면 아이도 일어나서 배웅한다. '사랑해요, 조심해요' 포옹하고 뽀뽀도 한다. 남편은 그 인사를 들어야만 출근길이 힘이 난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기 전에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함께 노는 시간을 가진다. 핸드폰 사용도 줄이고 사춘기 전에 엄마아빠와 시간을 많이 가진다면 정서적으로 독립되는 시기에도 엄마아빠와의 친밀도는 높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저녁은 함께 먹는다. 집밥을 차려 먹으려고 주간 식단 계획을 세워두고 그에 맞게 장을 본다. 가끔씩 특식이나 외식으로 식단은 달라지기도 하지만 6-7시 사이에 저녁을 먹고 뒤이어 자연스럽게 가족 시간을 가진다. 

아이에게 부쩍 잔소리를 많이 하는 부분은 잔소리가 되풀이 되어 소음이 되지 않도록 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잔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잔소리를 하면 이렇게 하면 된다를 미리 알려주고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 잔소리 듣는 사람도 싫지만 잔소리하는 사람은 더욱 지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차라리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몸이 피곤하거나 남편과 언쟁을 하거나 바깥에서 힘든 일이 있는 날에는 아무래도 집에서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시큰둥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나면 그 다음은 더 마음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려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리 체력상태나 기분 정도를 공유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배려해달라고 요구하면 좋다. 

약속을 하게 되는 경우, 그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면 그것을 해야만 하는 것 처럼 부모도 또 부부간에도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는 것이 이어지면 규칙도 사라진다. 

말투나 어휘도 객관적으로 나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부모의 나쁜 말 습관이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을 볼 때의 당혹감은 생각보다 크고 강력하다. 유투브 쇼츠 말투 따라하는 것 혼내기 전에 나의 말투와 어휘를 고쳐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른 출근을 하는 남편에게 아침밥을 챙겨주고 아이와 함께 배웅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하루를 미리 충전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https://www.biroso.kr/491960




우리 집의 일정과 가족 개인 일정, 식단에 대한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 주간 계획을 냉장고에 놓고 하루를 점검하기도 한다. 보람 있게 생활한 날에는 스티커를 붙여놓기도 한다. 주간 식단표, 다음 주 행사에 대한 내용도 리마인드 해서 대화 소재를 만들어 둔다. 


https://www.biroso.kr/492004



대화가 부족하면 그만큼 서로 간의 정보가 부족해지고 그래서 오해를 사게 마련이다. 가족 간의 오해는 사랑을 의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줄어들 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충분히 신뢰를 받고 있다는 마음은 밖에 나가서도 힘이 뿜뿜 하는 아이언맨슈트가 될 수도 있다. 


워킹맘은 가족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들고 물꼬를 틀고 그 흐름이 잘 이어지게 만들어 준다면 결국에 느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간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나 역시 혼자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대화로 나누고 나름의 규칙을 만들고 나니 아이도 남편도 더 편안해진 것을 느낀다. 


가족간의 끈을 튼튼하게 이어서 나중에 닥칠지 모르는 시련이 오더라도 서로를 잘 지켜낼 수 있도록 하자.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고 누군가가 아프고 실패를 겪더라도 서로가 지탱하는 힘이 되 줄 수 있다면 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고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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