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효진 Sep 14. 2024

워킹맘이 행복하려면 집안일은 남편이 알아서 하게 하라

비로소 행복지도를 만드는 첫 번째: 가사 분담과 시스템

결혼식을 앞두고 신혼집 청소를 하다가 파혼할 뻔했다고 하면 믿을까? 그날은 신혼집 정리를 하다가 간단히 저녁을 차려먹었다. 바로 설거지를 하는데 가스레인지 주변에 얼룩을 잘 닦지 않았다고 대뜸 신경질을 부리는 예비신랑이 낯설게 느껴졌다. 고작 이런 걸로 이렇게 화를 낼 거라면 앞으로 결혼생활이 얼마나 팍팍할까 싶었다. 나도 모르는 메리지블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점에서 문득 '도망가'하는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꼼꼼하고 깔끔한 남편과 달리 나는 청소에는 많이 관대한 편이다. 대신 물건을 분류하고 동선이 편리한 위치에 정리하는 것이 성격에 맞다. 그래서 평소 물건들이 대체로 정해진 위치에 있다면 나는 편안함을 느끼는 편이다. 난시라서 먼지들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신체적 조건도 깔끔한 청소에 취미를 붙이지 않은 이유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날밤 다행히 남편이 버선발로 따라 나와 나를 붙잡아서 무사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지금껏 잘 살고 있다. 그 이후로 청소 문제는 우리의 언성을 높이는 레퍼토리가 되었지만 남편은 자기 기준을 내려놓고 나는 조금은 높여서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 되었다.


집안일은 해도 티도 안 나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라 최소한만 하자는 심리가 있었고 그런 성격으로는 깔끔하고 쾌적한 집의 싱그러움이라는 것은 비싼 호텔에나 가야 느끼는 것쯤이었다.



비로소 행복지도를 만드는 여섯 번째 요소는 가사 관리다.


앞 서 시간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정구성원으로서의 시간에는 집안일과 가족관계에 관한 시간이 있다고 하였다. 두 가지 시간 모두 중요하다. 집안일은 하드웨어를 가꾸는 일이고 가족관계는 소프트웨어를 가꾸는 시간인 것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은 집에도 적용된다. 집이 깨끗하고 쾌적하게 유지가 되면 그 안의 삶이 평화롭고 따뜻하게 채워진다. 나도 며칠 전 신나게 바닥 청소를 두 시간 씩 하고 보니 집안이 좀 더 화사해진 기분이 들었다. 햇빛이 바닥에 비추는 느낌이나 바닥을 비비는 발끝의 느낌이 새롭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의 노고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일 것이다. 남편은 그런 수고로움으로 스스로 뿌듯해하는 내게 신혼 때 자기 마음을 이제야 아는 것 아니냐며 자기 용돈으로 아귀찜을 사주었다.





집안일은 최소 시간으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집안일은 집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먹고 입고 자고 생활하며 어지럽혀 놓은 것들을 본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대개 가정에서 집안일은 아내와 남편이 일을 분담하여하기도 한다. 한쪽이 요리를 하면 다른 한쪽은 설거지를 하고, 한쪽이 빨래 청소기를 돌리면, 다른 한쪽은 건조기, 쓰레기를 처리하는 식이다. 아이가 조금 자라면 아이에게도 자기 방 정리와 청소를 담당하게 하고 청소기를 돌리거나 로봇청소기를 관리하는 것을 시킬 수도 있다.


여기에서 '본래상태'가 중요하다. 나와 남편처럼 본래 상태의 기준이 서로 달라서 결혼 초기에 다투는 일이 생긴다. 기껏 힘들게 청소와 정리정돈을 해도 다른 가족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일은 두 번 하게 되는 번거로운 것이 된다. 그다음은? 다시 청소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본래상태'는 청결기준과 정리정돈 방식에 대한 것이다. 하다못해 집마다 수건 개는 법도 다르니 말이다. 그러니 하루는 날을 잡아서 집안 청소 방법을 매뉴얼화해보는 것이다. [거실 물건 제자리 찾기-필요 없는 것 모아서 버리기-바닥 쓸고 닦기]를 충분한 수준만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본다. 물건의 제자리가 없다면 자리를 찾아주고, 쓸고 닦는 방식이 좋지 않다면 바꾼다. 장비를 바꾸거나 장비를 쓰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물때와의 전쟁인 화장실', '화장대와 옷장이 포함된 안방', '컴퓨터와 책장이 있는 서재', '세탁기와 창고가 있는 베란다'에서의 청소와 정리정돈에 대해 정리해 두는 것이다. 자기 물건이 많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 정리를 하고 그 방식을 서로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아도 될 만큼 사적인 공간이라면 그 공간만큼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터치하지 않기로 한다.


번거로운 것 같지만 이렇게 해두면, 가족 구성원 누구라도 집안일을 했을 때의 결과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물건을 물어보지 않아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일에 대해서는 하기 쉽다고 느낀다.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흐름을 알고 있다면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끝이 난다. 그 결과치는 같은 시간 동안 막연하게 시작한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본래상태' 기준을 정했다면, 이제는 청소와 정리정돈의 주기와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시스템 만들기'를 해야 한다. 매일 해야 하는 방바닥 쓸고 닦고 설거지하는 것 이외의 일에는 주기를 정해두는 것이 좋다. 일일이 신경을 써서 언제 마음먹고 대청소를 하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미리 청소 주기를 정해두면 그것을 꼭 지키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 번은 해야 할 것이라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창틀먼지 월 1회, 냉장고 2주에 한번, 화장실 청소 2주에 한번, 옷장정리 2달에 한번, 책장 정리 한 달에 한번 등으로 정하는 것이다.


기준과 주기를 정했다면 이제 부부싸움할 이유가 많이 줄어든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집안일을 할 때의 마음가짐, 마인드셋이다.


일단 청소 정리를 '하기 싫은 일'이나 '억지로 하는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나의 마음을 닦는 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꾸는 일', '돈 안 들이고 하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글을 쓰다가 안 풀리거나 하면 바닥 한편으로 가서 묵은 때를 닦아본다. 모든 바닥을 다 닦지 않아도 된다. 주기적으로 조금씩 닦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적다.


그리고 서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충분히 표현해 주면 좋겠다. 누군가가 식세기로 설거지를 하면서 무선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면 다른 누군가가 건조기에서 빼낸 빨래를 잘 개서 옷장에 넣어두는 것이다. 주방을 닦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오면 '고맙다'라는 말을 한다. 혹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할 일이 더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것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한 여자는 집안일을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 남편이 집안일에는 어떤 것들을 챙겨야 하는지 각 물건의 자리는 어디인지 알고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다시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면, 

1. 본래상태 기준 잡기:  가족 모두 집안일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청소하고 정리하는 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2. 집안일 시스템 만들기: 청소와 정리정돈 시기를 규칙적으로 정해서 습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든다.

3. 시스템 업데이트하기: 청소와 정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기회비용을 따져보고 실행해 본다.

4. 마인드셋 다지기: 집안일을 하는 가족을 서로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



집안일이 함께 하는 것이 되면 청소할 시간에 온 가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누가 설거지를 해야 하고 누가 빨래를 해야 한다고 정하지 않아도 누군가 하나를 하면 다른 사람은 나머지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아이도 자기 방 정리는 스스로 할 수 있게 한다. 이 부분은 대신해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하고 적당한 수준이 될 때까지 정리하고 치우도록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청소는 전자제품을 활용해서 체력적 소모를 줄이고 다른 일과 병행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는 완벽하게 바닥청소와 설거지를 완벽하게 하지는 않지만 시간을 반 이상 줄여준다. 그 시간을 벌어 요리를 하거나 수납 정리를 하거나 운동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구매비용보다 나의 개인적인 시간과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만들 수 있다는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된다.


나는 조만간 집의 패브릭 소파를 청소할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청소용품을 사용해야 효과적이고 깨끗하게 될지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것이 벌써 흥미롭다.



- 계속-


이전 12화 워킹맘이 행복하려면 시간을 쪼개지 말고 포개 써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