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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y 24. 2017

이카분코와 소파사운즈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힘

나는 카페를 운영했다. 그런데 문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카페 메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비품이나 베이커리류 등의 제고를 관리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손님들은 음료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공간에서 즐거움을 얻고 자기다움을 얻는 데에 더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바리스타를 고용했고 나 또한 간단한 메뉴는 부지런히 배웠고 쿠키를 굽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카페를 찾은 이유는 즐기거나 배우거나 만나거나 가르치거나 나누거나 보여주거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서였다. 커피나 차와 음료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맥주나 와인, 막걸리나 뱅쇼가 어우러진 서로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였다.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독서모임을 하고 영화나 소설에 대해 토론을 하는 모임을 좋아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고 모임과 어울릴만한 새로운 메뉴를 한시적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정말 좋다고 느낀 모임은 일회성으로 끝내기가 아쉬워서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열고 싶었고 그렇게 진행하기도 하였다. 어린 왕자가 여우와 대화를 나누며 '기다림'이나 '길들여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모임을 정기적으로 치르다 보면 결국 그런 기다림과 설렘이 좋은 길들여짐을 만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여는 포럼이나 서클들을 몇몇 만나게 되었는데, 모임의 목적에 맞게 정기적으로 주제를 정하여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 시간 들은 쌓여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더니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좀 더 큰 가능성을 스스로 만들어 나갔다. 그런 이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 기쁘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


이카분코와 소파사운즈는 일종의 문화적 브랜드다. 


기타다 히로미쓰의 <앞으로의 책방>에서 앞으로의 책방을 정의하고 기존과는 다른 책방 기획을 소개한다. 특히 여기에서 소개한 이카분코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이카분코는 이른바 공기 서점이라는 설명을 붙이는데, 일본에서 2012년에 시작되었다. 단순히 오징어를 좋아해서 오징어 서점이라 이름을 지었다면서 트위터에 '문을 열었습니다.'로 시작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예로 이카나이트라는 행사는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이카링'의 확장을 목적으로 활동보고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며, 굿즈를 판매한다. 혼네 페스티벌이라는 책과 음악을 결합한 페스티벌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최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달의 토지를 매입하여 달에 지점을 내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였다. 


공기 서점이라는 말처럼 이카분코는 물리적 공간을 가지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서 서점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고 책과 책과 관련한 판매 등은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잡지 안에 책방을 오픈하여 그 잡지를 서점에 위치시키거나 정직원을 100명씩 모집하는 등의 사례에서 이미지, 브랜드로서 서점이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앞으로의 책방의 실재와 실체에 대한 기존 생각을 조금 비틀어주었다.


소파사운즈 코리아 홈페이지 http://sofarkorea.com/


소파사운즈는 또 다른 다른 섬나라 영국에서 2009년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소파가 놓인 작은 거실에서 게릴라로 열리는 공연을 여는 것이다. 누가 출연하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공연 참가신청을 받고 공연 당일에 음악가를 만나는 즐거움은 흡사 블라인드 미팅처럼 가슴 두근 거리는 일이기도 하다.(한국에서도 소파사운즈를 만나볼 수 있다. 소파사운즈 코리아 홈페이지 http://sofarkorea.com/) 전문 공연장이 아닌 공간에서 관객과 밀착된 공연을 하게 되는 음악가들 입장에서도 새로운 경험이며 그들의 공연이 소파사운즈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가장 비밀스러우며, 가장 공개적인 공연'이라는 소개는 게릴라 공연의 아찔한 설렘과 너른 확장성이라는 비전을 동시에 매력으로 가진다. 


이카분코와 소파사운즈는 공간을 가지지 않았으면서도 책방과 소파가 놓인 거실이라는 명확한 공간을 이름에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존재, 문화적 브랜드는 소위 킬러 콘텐츠로서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 담길 때 비로소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파사운즈 코리아의 송준호 대표의 잡지 '딴짓'(6호)과의 인터뷰에서 공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공간의 이해, 공간과의 교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공연을 잘 만들어 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과 같이 우리나라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플랫폼 혹은 미디어로서의 문화공간은 그 위에서 즐거움이나 감동처럼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주체, 콘텐츠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문화적 존재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다양한 콘텐츠, 공간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 물리적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소통이 온라인이든 소셜미디어에서든 활발하게 만들어지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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