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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y 29. 2018

좋아서 모아놓은 곳, 엠프티폴더스

서울대입구역 근처 예쁜 독립서점

"왜 이름을 '엠프티폴더스'라고 지으려고 해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강의를 찾은 수강생분들께 이름을 지어보라고 했더니 한 분께서 '엠프티폴더스'라는 이름을 이야기했습니다. 말 그대로 빈 폴더라는 뜻인데, 수강생분은 언제나 관심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에는 그 관심사를 한데 모아둘 폴더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하더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정말로 우리는 컴퓨터에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 놓고 그 곳에 사진이나 문서나 자료나 글을 모아두곤 합니다. 그것들을 잘 가공해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묶음 자체가 결과물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취향을 반영한 작은 가게를 열고자 하는 분들의 개괄 수업으로 열었던 수업에 이렇게 본격적으로 가게를 준비하는 분이 참여하신 것은 제게는 행운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대개 직장인이시면서 아직은 작은가게를 여는 것이 불분명하고 막연한 것이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울 수 있었지만, 이 분은 구체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고  개성에 맞춤한 큐레이션이라는 특성을 폴더라는 구체적인 아이덴티티로 찾는 등 세심한 계획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랜기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쉬면서 무작정 가게를 계약했을 때의 그 용감무쌍함이 제 예전 모습과 닮아서 더 애착이 갔습니다. 막상 계약을 하고 공간을 보니 막연해서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고, 또 그 속을 어떻게 채우고 살림을 해 나가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이런저런 조언을 드리기도하고  앞으로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내가 주도적일 수 있는지가 많이 중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습니다.




"5월에 오픈하면 모두 초대할게요"

매주 짤막한 워크시트를 제공하고 자기 공간의 컨셉과 브랜드, 상품 기획, 일-주-월 시즌 계획, 공간 구성과 활용,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공간 공유, SNS운영 등과 같은 내용을 내 가게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채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낮동안 가게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을 손보고 가구와 조명을 보러다니는 강행군에도 5주 간의 강의 동안 항상 자리를 지키며 제 이야기에 경청해주셨습니다.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분들과 조촐하게 카페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수강생분은 곧 공간이 정리되고 오픈하게 되면 초대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엠프티폴더스 인스타그램 @emptyfolders

https://www.instagram.com/emptyfolders/



"오픈할 때가 되었는데..."


연락을 기다리던 중, 검색창에 엠프티폴더스를 쳐보니 인스타그램에 계정이 보이더군요. 들어가서 보니, 강의때 이야기했던 공간의 모습들이 조용하게 담겨있더군요. 초등학교 뒷 담벼락을 마주하고 동네 어귀의 일상의 소리가 넘치는 골목길에 자그마한 가게가 어느 한 곳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고운 살결로 첫 손님을 기다리는 사진들이었어요.


빈 폴더라는 말은 이 처음 시작하는 작은 서점의 모습과도 너무 잘 어울리고 아직은 무엇으로 채워질지 모르는 서가와 공간과 준비된 폴더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딸랑'하고 열리는 문소리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깜짝 방문한 날, 마침 주문한 책들이 몇 박스가 도착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점점 더 서점의 모습이 완성되는 과정에 선 느낌을 더 받았습니다. 이제 어엿한 서점 사장님이 되신 수강생분은 제가 이렇게 찾아온 것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반갑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초보 사장님답게 드립커피를 내리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커피 콩을 흘리기도 했어요.




씨디플레이어에서 씨디가 생기있게 돌아가는 조용한 평일의 동네 서점.

맨 아래 비워둔 폴더에는 앞으로 재미있는 것들로, 좋아서, 채워질 것입니다.


시원한 드립 커피와 냉오미자차입니다. 제가 오미자차를 좋아한다고 하니 사장님이 양보해주신 수제 오미자차.  안쪽 공간에서는 이렇게 차한잔의 여유도 부리고 작은 워크샵도 하고 책모임도 진행할 수 있을겁니다.


차를 마시면서 수업 들을 때는 공간을 꾸미느라 실감나지 않았던 홍보나 운영에 대해서 요즘 더 도움이 되는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셔서 더 뿌듯했습니다.


안쪽 책장에는 그림책들로 채워져있는데, 다음에는 우리 딸과 함께 찾아봐야겠습니다. 이 공간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한 한 사람으로, 엠프티폴더스가 정말 멋지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로 채워지기를 마음껏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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