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빛
달리는 무작정 걸었다. 목소리가 알려주었던 작은 인공위성의 빛도 보일 것 없이 사방은 온통 어둠이었지만 달리는 곧 동굴이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동굴 밖을 찾아 계속 걸었다.
‘빛이다!’
달리는 점으로 된 빛을 발견했다. 재미있는 점은 방금 한 말은 달 리가 한 말이 아닌 빛이 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빛은 놀라서 멈춰선 달리의 주변으로 왱왱 움직였다. 반딧불이였다.
‘맞지?!’
‘난 너 밖에 안보여.’
‘꽤나 로맨틱한 로봇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바보야 저 멀리를 봐.’
달리는 반딧불이의 말대로 저 멀리를 응시했다. 저 멀리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반딧불이의 말을 들어 본 것이었다.
‘보이지?’
‘글세.’
달리는 반딧불이의 말이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외롭고 무서웠던 자신에게 반딧불이가 의지되기는 했기에 반딧불이를 따라갔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반딧불이 같은 빛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반딧불이같이 움직이는 빛이 아닌 밤 하늘에 별들이었다. 저 멀리에 달도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주변도 조금 씩 밝아 졌다. 어느덧 나타난 별 천지에 넋을 잃고 걷는 로봇 달리에게 반딧불이가 말했다.
‘내 말이 맞았지? 그런데 넌 어디서 온 거야?.’
‘언제 동굴 밖으로 나온 거지?’
‘동굴? 이 주변엔 동굴이 없어’
‘무슨 소리야? 너도 지진 때문에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려던 거 아니었어?’
‘너 술먹었니?’
비틀거리며 눈을 껌뻑거리는 달리를 보고 반딧불이는 웃으며 말했다.
'입 돌아간 것 좀 봐. 해장해야지?'
실제로 입이 돌아가 있던 로봇 달리는 자신을 놀리는 반딧불이에게 화가 나기 보다 점점 푸르게 밝아지는 주변과 하늘에 감정이 복받쳤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오묘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달리는 로봇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