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유 Oct 29. 2022

달리면서 울어 _ 마음가짐(1)

20221018 D-20 _ 마음가짐 (1)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LSD 연습을 하러 한강에 나왔다. 이날 목표는 30km였다. 내가 달려본 최장거리 거리가 마라톤 하프 21.095km 였으니 그 거리에 10km 가량을 더 달려내야하는 거리였다. 나는 지금껏 대회에 나갔을 때 기록보다는 완주를 목표에 두고 천천히 달렸기에 긴 거리를 오래 달려야한다는 고통에 대한 부담감은 별로 크지 않았다. 지난 하프 마라톤 대회 때도 마찬가지 였다. ‘중요한 건 내 몸이 얼마나 버텨주는가’이다. 지난 대회 거의 막바지에 다리가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이게 잠기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다리가 잠기진 않았지만 당시의 내 생각으로서는 이래가지곤 풀코스는 절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11월 6일에 있는 대회는 꼭 나가고 싶었지만 본 대회는 하프코스가 없고 풀코스와 10km 코스만 있었다. 10km코스라도 출전을 해보고 싶어 러닝게시판을 찾아다니면서 풀코스와 10km를 교환하는 방법을 찾는 엉뚱한 짓을 했는데 어떤 러너 분이 댓글을 남기셨다. 이왕 신청한 김에 ‘걷뛰(걷다 뛰다를 반복)하면서 완주를 노려보는 게 어떠신지?‘ 하프코스를 마치고 나서 전혀 엄두가 안났던 풀코스에 대한 마음가짐이 가능성을 열어주는 한 사람의 말로 도전하는 쪽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프코스 이후에 다리가 안 잠기려면 하체근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기에 평일이 되어 헬스장을 등록했다. 무료 OT를 받으며 굴욕의 스쿼트 3세트 (1세트 50개)도 해냈다. 사실 원래 땀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회색 티셔츠가 쥐색 티셔츠가 될 정도로 땀이 뻘뻘났다. 매일 헬스장에서 하체운동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되는데로 하체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길 한달여가 지나고 이젠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해볼 차례였다. 이날의 목표는 압구정나들목 쪽에서 출발해 잠실 한강공원끝을 다녀와서 잠실한강공원의 급수대로 돌아오는 코스로 10km. 그 이후에 이어서 잠실 방향과 잠원 방향을 5km씩 왕복해 돌아오는 코스로 나머지 20km를 채울 생각이었다. 10km이상을 달리는 코스에서 급수는 필수였고 나름 익숙한 곳을 편안히 달리면 어색한 곳을 달리는 것 보다 부상위험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6분 페이스를 전후로 해서 천천히 달렸다. 10km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급수 후 5km를 잠실한강공원 끝 방향으로 달려와 다시 급수를 할 생각으로 달렸다. 달리다 보니 5km 이후에 급수를 안해도 될 것 같은 희한한 자신감이 생겼고 2.5km가 아닌 5km가량을 쭉 달렸다. 본래 급수대로 돌아오려면 10km의 거리. 그런데 이날 정말 크게 느낀 건 장거리를 달리기 전날의 수면 상태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전날 나름 편안한 수면을 했던 나로서는 이날 다리가 정말 가볍고 탄력있게 느껴졌다. 지난 대회 때 느꼈던 배고픔도 없었다. 잠도 잠이지만 이날은 여러모로 컨디션이 좋았던 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21km를 쭉 내달릴 생각을 안 하고 쉬면서 야금야금 달릴 생각을 하니 마음의 부담도 덜했던 것 같다. 이런 마음가짐이 컨디션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급수대에서 충분히 물 마시고 씻고 어느 정도 서 있다가 출발했는데도 대회기록보다 하프거리 기준 10분이나 빨라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역시 이래서 LSD를 해보라는 거였구나를 느끼며 왠지 이날 풀코스 거리도 뛸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20km가 조금 지났을 때 발생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발톱이었다.          

마음가짐(2)에 계속

이전 07화 달리면서 울어 _ 3. 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