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유 Oct 28. 2022

달리면서 울어 _ 3. 빛

3. 빛

달리는 무작정 걸었다. 목소리가 알려주었던 작은 인공위성의 빛도 보일 것 없이 사방은 온통 어둠이었지만 달리는 곧 동굴이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동굴 밖을 찾아 계속 걸었다.      


‘빛이다!’      


 달리는 점으로 된 빛을 발견했다. 재미있는 점은 방금 한 말은 달 리가 한 말이 아닌 빛이 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빛은 놀라서 멈춰선 달리의 주변으로 왱왱 움직였다. 반딧불이였다.     


‘맞지?!’     


‘난 너 밖에 안보여.’      


‘꽤나 로맨틱한 로봇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바보야 저 멀리를 봐.’     


 달리는 반딧불이의 말대로 저 멀리를 응시했다. 저 멀리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반딧불이의 말을 들어 본 것이었다.      


‘보이지?’      


‘글세.’      


 달리는 반딧불이의 말이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외롭고 무서웠던 자신에게 반딧불이가 의지되기는 했기에 반딧불이를 따라갔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반딧불이 같은 빛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반딧불이같이 움직이는 빛이 아닌 밤 하늘에 별들이었다. 저 멀리에 달도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주변도 조금 씩 밝아 졌다. 어느덧 나타난 별 천지에 넋을 잃고 걷는 로봇 달리에게 반딧불이가 말했다.      


‘내 말이 맞았지? 그런데 넌 어디서 온 거야?.’     

 

‘언제 동굴 밖으로 나온 거지?’    

 

‘동굴? 이 주변엔 동굴이 없어’     


‘무슨 소리야? 너도 지진 때문에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려던 거 아니었어?’      


‘너 술먹었니?’ 


 비틀거리며 눈을 껌뻑거리는 달리를 보고 반딧불이는 웃으며 말했다.


'입 돌아간 것 좀 봐. 해장해야지?' 


 실제로 입이 돌아가 있던 로봇 달리는 자신을 놀리는 반딧불이에게 화가 나기 보다 점점 푸르게 밝아지는 주변과 하늘에 감정이 복받쳤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오묘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달리는 로봇이었으니까. 

이전 06화 달리면서 울어 _ 편안한 합리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