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행복한 사람의 조건은
인류 최초의 경제학자이자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國富論)』의 대가, 더 나아가 ‘경제학의 아버지’라 칭송받고 있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그는 18세기 초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삶은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과 궤적을 같이했는데, 산업혁명이 그에게 미친 영향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그 영향으로 인해 『국부론』이란 인류 첫 경제서가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도덕을 연구한 철학자였으며, 『국부론』 또한 첫 책이었던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道德感情論)』의 연장선상에서 쓰인 책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란 용어 또한 『국부론』이 아닌 『도덕감정론』에 먼저 실려있음을 본다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국부론』보다 『도덕감정론』이 더 소중하다 토로했는데요, 아무래도 사상의 중심을 경제학보다는 도덕 철학에 더 두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행복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 인류 최초의 경제학자는 행복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요? 다음을 읽어보시죠.
행복은 마음의 평정(tranquility)과 향유(enjoyment) 가운데 있다. 평정 없이는 향유할 수 없고, 완전한 평정이 있는 곳에 향유할 수 없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 『도덕감정론』 제3부 제3장 --
왠지 동양 고전에 나오는 문구 같지 않나요?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자 이전에 도덕 철학자였음을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겁니다. 위 정의에서 애덤 스미스는 행복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마음의 평정이 우선이며, 마음이 평안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행복에 대한 향유를 누릴 수 있다 주장하고 있죠. 그렇다면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다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빚이 없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의 행복에 무엇이 더해져야 하는가? 이런 사람에게는 추가되는 어떤 재산도 쓸데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추가된 재산에 매우 들떠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지극히 가치 없는 경솔함의 결과일 것이다.
-- 『도덕감정론』 제1부 제3편 제1장 --
그는 건강하고, 빚이 없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즉 건강, 빚이 없음 그리고 양심대로 살 수 있다면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은 항상 마음이 평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세상사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으며,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현재의 생활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제적 부를 불리기 위해 큰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은 가치 없는 행동에 불과할 뿐이라 강조하고 있는 거죠.
건강하고, 빚이 없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행복한 사람
하지만 여기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애덤 스미스가 필요 이상의 많은 재산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리라 말하고 있지만, 건강하고 빚이 없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도록 생활 가능한 정도의 최소한의 재산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최소한의 재산조차 소유하지 못한 사람을 가난한 사람이라 말하며, 매우 비참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가난은 경제적 문제로 인한 불편하고 힘든 생활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멸시나 천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빈곤은 참을 수 있지만,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굴욕을 느껴야 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조차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그런 상태에서 행복을 위한 마음의 평정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애덤 스미스는 마음의 평정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절대적 조건이며, 건강하고 빚이 없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그 사람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재산은 필수적 요소라 말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최소한의 재산이 가난과 그렇지 않음을 구분해주는 경계선이 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기준선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20편에서 계속)
차칸양의 (무려) 5년 4개월 만의 신간 <(평범한 사람도) 돈 걱정없이 잘 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1월 15일 출간됩니다. 이 책은 현재 위클리 매거진에 연재되고 있는 <돈 걱정없이 잘 살고 싶다면>의 원본판이라 할 수 있으며, 지난 6년간 진행되었던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의 총 집약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도 경제, 경영, 인문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여유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이 장기 불황의 시대에 보다 잘 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한번 관심을 가져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