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겨울 외투
김 모루
바람이 분다
이제 꽃잎을 떨굴 시간이 왔다
푸른 봄비에
상실을 둘러싼
환희의 미소는
날려 보낼 때
겨우내 머물렀던
사랑의 체취는 지우고
동박새가 창공을 휘젓는
울음소리를 들어야 할 때
두터운 겨울 외투는 벗어버리고
고통이 주는 간결함으로
나아가야 할 때
밑동이 베어진
비통한 나무 이야기에 경청할 때
수만 가지의 향기를 품고
비로소 무던한 삶은
시작된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월간시' 윤동주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의 노래>를 냈다. 동인지 <슬픔은 나의 꽃> < 혼자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