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어 빛바랜 옛 친구에게
건조화
너는 오랫동안 거기 앉아 있었다
만나기에는 너무 먼 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늘 미소 지었다
비가 내리던 날도 맑은 날도
기억은 선명한데 먼지 쌓인 채로
꺼내어 볼 염두도 하지 못한 채 굳어져 갔다
너는 한참 동안이나 거기 앉아서
내려다보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서
올려다보기에는 너무 낮은 곳에서
웃음이 굳은 채로
마음이 멍든 채로
말라버린 잉크처럼
또렷한 기억 하나만을
옆에 두고서.
서울에서 태어나고, '월간시' 윤동주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의 노래>를 냈다. 동인지 <슬픔은 나의 꽃> < 혼자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