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화

오래되어 빛바랜 옛 친구에게

by 모루

건조화


너는 오랫동안 거기 앉아 있었다

만나기에는 너무 먼 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늘 미소 지었다


비가 내리던 날도 맑은 날도

기억은 선명한데 먼지 쌓인 채로

꺼내어 볼 염두도 하지 못한 채 굳어져 갔다


너는 한참 동안이나 거기 앉아서

내려다보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서

올려다보기에는 너무 낮은 곳에서


웃음이 굳은 채로

마음이 멍든 채로

말라버린 잉크처럼


또렷한 기억 하나만을

옆에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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