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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정은 Nov 03. 2019

서울의 키즈카페

실내에서 크는 아이들

요즘 서울에는 키즈카페가 없는 동네가 없다. 음식도 맛있고,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에 주기적으로 새로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장난감까지. 나는 해외생활을 하면서 한국에 잠깐씩 아이들과 들어갈 때면 꼭 키즈카페를 가곤 한다. 한창 런던에서 해가 빨리 지던 겨울, 나는 남편에게 런던에다가 키즈카페를 하나 차리자고 제안을 했을 정도로 서울의 키즈카페가 그리웠었다.


해외에도 키즈카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수가 훨씬 적고,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 내가 육아를 했던 런던과 도쿄로 예를 들자면, 런던의 키즈카페는 딱히 명칭은 없고"soft play" 또는 "indoor playground" 등으로 불리는데, 동네마다 있지도 않을뿐더러 어쩌다 있으면 놀이 부분이 강조되던지 카페 부분이 강조되던지였다. 다시 말해, 놀이 부분이 강조된 곳은 실내 놀이터에 따로 마련된 작은 카페가 있는 정도이고, 카페 부분이 강조된 곳은 카페 한편에 작은 놀이공간이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이고, 그 수는 심지어 런던보다도 적다. 그리고 극명하게 다른 점은 청결과 질서가 제일 중요한 도쿄에서는, 보통 물을 마시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물 이외의 모든 음식과 음료는 반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음식을 파는 키즈'카페'는 도쿄에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겠다.


런던에 살 때 첫째와 가끔 가던 곳. 카페 한편에 분리된 놀이 공간이 있고 요금도 따로 받는다.
도쿄의 유명 실내 놀이터. 음료 및 음식의 반입을 금지한다. 서울의 키즈카페처럼 부모가 따로 앉아서 쉬는 공간은 없다.


서울은 거의 모든 백화점과 쇼핑 시설이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로 항상 북적이고, 심지어 부모가 장을 볼 동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키즈카페가 딸려있는 마트들도 있다. 런던도 날씨가 1년 내내 흐릿하고 변덕스럽고, 도쿄는 자연재해도 많고 엄청 습한데, 유독 서울만 키즈카페 문화가 몹시 발달했다. 나는 한국에 갈 때마다 점점 더 편리해지고 다양해지는 키즈카페와 백화점에 감탄했지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어느 도시나 아이를 키우는데서 오는 어려움은 다 같을 텐데, 왜 하필 서울만 이런 시설이 많은 것일까? 




서울에서 아기를 키울 때는 몰랐었는데, 나중에 해외에서 육아를 하면서 한국에 잠깐씩 들어갈 때마다 새로이 깨달은 점은 세 도시 중 유독 서울 아이들의 생활만 너무 실내에 집중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미세먼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실내 복합 시설들은 더 좋아지고 다양해진다.


이에 결과적으로 엄마들의 생활이 해외에 비해서 훨씬 윤택하고 편하다. 실내에서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도리어 일정 수준의 방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1년에 몇 번 아이들과 서울에 갈 때마다 신세계를 맛보고 온다. 엄마의 일상이 얼마나 편한지, 다시 해외에 나와서는 이따금씩 그 안락함이 생각나곤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몸이 편한 것도 딱 거기까지일 뿐, 일정기간 이상 머무르고 싶지는 않아지는 이유는 아이들의 건강 때문이다.


첫째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이다. 꾸며졌지만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자주 놀면 점점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된다. 오랜만에 가는 키즈카페는 매우 재밌다. 화려한 디자인에 세상에 좋고 예쁜 장난감은 다 모아놓은 것 같은 키즈카페. 그러다가 일정 기간 동안 몇 번 이상 가게 되면 진부해지고 아이들은 새로운 놀잇감이나 장소를 원하게 된다. 부모와 아이들은 그게 자극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사업체들은 또 그 니즈(needs)에 맞춰 조금씩 더 자극적으로 진화해 나간다.


둘째는, 아이들의 육체적 건강이다. 런던과 도쿄에 비해서 서울의 아이들은 흙과 나무를 만지며 노는 시간이 심히 적다. 서울의 아이들은 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특별활동이 아닌 이상 실내생활을 하고, 방과 후에도 학원, 키즈카페, 쇼핑몰, 백화점 등 실내 활동 위주로 전전한다. 런던과 도쿄의 아이들은 날씨가 험하더라도 유치원에서건 방과 후건, 나가서 잔디에서 뛰어놀고 흙을 만지고 나무를 오르며 노는 것을 매일매일 최소 몇 시간씩 한다. 런던과 도쿄의 아이들에게는 키즈카페 같은 실내 놀이공간을 가는 것은 마치 서울 아이가 소풍이나 놀이동산을 가는 것처럼 이따금씩 체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의 아이들과 나머지 두 도시의 아이들의 실내 활동과 실외 활동은 그 빈도가 뒤 바뀌어있다. 물론, 실외활동이 많은 것은 엄마의 고단함과 비례한다. 행여 다치지는 않을까 따라다녀야 하고 더러워지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도쿄와 런던의 엄마들에게 그건 육아의 당연한 일부이고, 그녀들은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게 육체적 발달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 중요하다 생각한다.


서울을 떠나 다시 돌이켜 보면, 나는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키즈카페를 찾았던 것 같다. "나도 편하고 아이들도 재미있고" 중에 "나도 편하고"가 꼭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야외 활동을 하며 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면서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물론, 실외놀이를 많이 시키며 키우는 한국 엄마들도 많겠지만,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늘어나 있는 키즈카페의 수와 종류를 보면 조금 걱정이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나는 서울을 가면 키즈카페를 또 갈 것이다. 그 잠깐의 편안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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