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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Mar 19. 2023

그는 휴대전화를 끄기 시작했다

사랑해란 말 대신 그가 보여 준 진심은


그가 여자 지인과 인사를 나눴던 날, 내가 보인 눈물은 그에게 꽤 충격이었던 걸까. 그는 약속대로 나를 만날 때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화 꺼 놔도 돼?”

“응. 지금은 네가 중요하니까.”


그는 나를 만나는 순간부터 나와 데이트가 끝날 때까지 휴대전화를 꺼두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에 집중했고, 나와 시선을 마주했고, 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홍대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놀이터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각자의 일부터 친구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다양했고, 우리의 대화는 몇 시간째 흘러가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를 알아 갈 수 있는 그 시간들이 그저 행복했다. 그도 그랬던 걸까, 우리가 집 앞에 서서 인사를 나눌 때였다.


“오늘도 나한테 집중해 줘서 고마워. 나 들어갈게.”

“저.”

“응? 왜?”


그가 아무 말 없는 순간, 온몸으로 느꼈다. 지금 막 우리가 첫 키스를 할 것임을. 그리고 그 느낌을 감지한 순간,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사랑한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고요히 감긴 눈으로 다가 온 그를 거절하지 못하고, 나도 눈을 감았다. 세상이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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