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걷는, 걷는, 걷는

by 이일리


걷는, 걷는, 걷는

(260416)



 바야흐로 걷기 좋은 계절이다.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푸른 하늘 같은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든. 바람결에 흩날리는 벚꽃잎 아래를 충만한 기쁨으로 걸으며 ‘정말 행복하다’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문득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할 때마다 놀라게 된다.


 아마도 나는 엄마를 닮았을 것이다. 동네 산책로를, 둘레길을, 올레길을, 순례길을 걷고 또 걷는 엄마를.


 취업 준비를 하며 약간의(어쩌면 강력한) 우울에 시달리던 때, 엄마를 따라 경사가 높은 산책로를 삐질삐질 땀 흘리며 걸어 오르던 어느 날, 조금 힘들기는 해도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나도 당연해 바보처럼 들릴 말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랬다. 아마도 그날 이후부터 더 자주, 더 오래 걷게 된 것 같다.


 엄마는 지금도 걷고 있을 것이다. 제주의 숲길을, 해안가를, 사람들과 상점들 사이를. 이 아름답고 찬란한 봄에, 목적지를 향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며, 그 다음 목적지를 향해, 또 그 다음 목적지를 향해. 그래서 어쩌면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그 어떤 목적지를 향해, 아름다운 거리를 걷고 또 걷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에게는 그게 인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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