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온더 블록

아스트랄 마이크로 단편선

by ASTR

야당에서 난리가 났다. 방송을 정치에 이용하냐는 비판이 연달아 나왔다. 심지어 여론도 좋지 않았다. 바로 대통령이 매주 출연하는, 대통령이 MC인 한 예능 프로그램 론칭이 알려지고 나서 일어난 일이다.


PD는 새로 론칭하는 대통령 예능의 제작 비하인드에 대한 이런 후일담을 나눴다.

“처음에 청와대에서 먼저 연락이 온건 맞아요. 국민과의 대화 같은 걸 한번 기획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이런 걸 일개 PD에게 요청하지 않고 다 기획된 방송을 채널에서 내보내기만 하는데 이게 웬 떡인가 했죠. 그래서 좀 파격적으로 제안을 했습니다. 그게 그대로 전파를 타게 될지는 몰랐죠”



수석 비서관은 또 이런 후일담을 나눴다.

“처음에 당연히 킬이었죠. 역풍도 클 거고,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난무할 테니까 컨트롤도 힘들거라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VIP께 한번 이야기는 해보자며 강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날은 지지율 브리핑을 하는 날이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어떤 심정이셨는지 “추진해봅시다”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진행하시겠습니까? 몇 번을 물어봤는지 몰라요”


야당 대표는 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이런 얄팍한 수 가지고 국민들을 우롱하려고 하다니 당장 사과하셔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에 고정 출연이라니. (부럽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듯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해당 방송사와 그 PD, 어떤 유착이 없는지도 철저하게 진상 조사가 필요하고 이런 아이디어를 낸 청와대 내부인에 대해서도 인적 쇄신이 필요합니다. 문제 심각해요 이거”


우여곡절 끝에 첫 방송이 나간 뒤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대통령 지지자입니다. 첫 편 너무 잘 봤습니다. 게스트 섭외 누가 하셨는지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요즘 배달 라이더들 처우 문제가 심각한데 그들의 이야기를 저도 새롭게 알게 돼서 좋았습니다. 대통령님은 아직 MC 진행에 많이 서투신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인간적이어서 좋습니다. 다음 에피소드가 벌써 기다려지네요. 방청 신청도 꼭 당첨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와중에 몇 번째 에피소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식당 자영업자 특집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 학폭 논란에 휩싸인 것. 하지만 다음 에피소드에 모든 부정 이슈가 가라앉았다.

“지난주에 방송했던 식당 자영업자 편 때문에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첫째로 성실하게 생업을 챙기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 분들에게 박탈감을 안겨드린 점 여러분의 더 나은 영위를 위해 애써야 하는 제가 부족했던 점을 사과드립니다. 둘째로 아직 학교 폭력의 기억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피해자와 지금 교육의 그늘에서 소외된 수많은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사과합니다. 모든 교육 정책의 최고 책임자로서 더 보살피고 더 아끼지 못한 점은 모두 제 불찰입니다. 셋째로 시청자 분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부족한 대통령이라 여러 불협화음을 방치하고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아직 기억이 납니다. 대선 때 저의 선거 문구는 ‘당신의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정무에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있던 초심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당신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국민 같은 사과 방송이 나가자 여론이 급반전됐다. 그가 어떤 정치 공세에도 일체의 사과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더 그럴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여론은 학폭이라는 작은 사건에 이렇게 큰 범위로 사과를 할 건이 되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지만 그 반응은 곧 감정으로 커버됐다. 곧 대통령이 우리의 삶을 디테일하게 보고 있다는 일종의 안정이었다.


어려운 편부모 가정이 나왔던 한 에피소드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벤치마킹해 그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었다. 그 방송은 그해 최고 시청률을 올렸고 주작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날 헤드라인은 ‘눈물바다 만든 대통령’이었다.



한 칼럼니스트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될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이미 BTS 멤버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가장 인기가 있다고 되지 않는다. 가장 희망을 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사실 그 희망이 실제 이루어질지 아닐지 그 희망이 어떤 희망에 대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누군가는 부자가 되게 해 주겠다는 희망을, 누군가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희망을, 누군가는 허황된 것처럼 보이는 유토피아를 만든다는 희망을 던진다. 지금은 아니지만 - 미래에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 그리고 그 희망을 이룰 자. 그걸 잘 어필하는 사람이, 한 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희망을 업고.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다. 방송에서 웃기고 울리고 모든 인간사의 중점에서 지금 대통령이 서 있다. 한쪽에서는 신 국민 MC가 탄생했다고도 한다. 그가 방송을 독점하는 것이 윤리적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서 그가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시간, 그 시간이 매우 귀하다. 그 시간을 통해 국민이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그 희망으로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이다.



이 칼럼이 나온 뒤에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했고, 그해 84%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연예대상 후보로 대통령이 올라온 건 여담이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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