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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라비 Mar 30. 2024

바람의 정원

제주에서는

바람이 사람대신

 꽃과 나무를 키운다

조천읍 연대에 있는 퐁낭(2024.03.29)

바람이 키우는 나무


제주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덩그러니 사연이 불려 다니고

쓰러져 있는 모든 나무에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들이

가지마다 매달려 자라난다


바람은 나무에게

피하고 숨는 법이 아니라

이겨내고 사는 법을 전수하고

바람은 꽃들에게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으면서

하늘 향해 웃는 법을 알려준다

올레길 18코스에서 2024.03.29

제주는 섬 전체가

바람의 정원이며

바람은 사람대신

 꽃과 나무를 키운다

씨앗은 더 멀리 날아가

염분 없는 기름진 땅에서 자라게 하고

나무는 땅을 떠나 살 수 없으니

뿌리를 더 깊이 내리라고

 바람이 일러주고 있다

조천읍 북촌리 퐁낭 2024.03.29

제주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고

마을 입구마다 있는 퐁낭 그늘에서

올레길 손님에게 말을 건네며

그렇게 사연 하나가 생겨난다

비바람 치는 역경 속에서

춤추며 살아가는 비법이

바람 부는 이 섬에 전해진다.


과거 사진으로만 남은 구좌읍 동복리 퐁낭(팽나무)

현재 이 나무 주변에 새 건물과 주차시설로 인해

예전 느낌과 사뭇 달라져서 서글프기만 했다.

제주마을 입구 곳곳에 백 년이 넘은 수령의

퐁낭(팽나무)들이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거친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특정 방향으로

휘거나 기울어진 편향수 형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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