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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라비 Apr 02. 2024

4월 동백

;바람아 스치지 마오

잠들지 못하는 남도,

사월 제주에 봄바람이 불

평화의 씨앗도 훨날아간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

예고 없이 불어닥친

그날의 붉은 기억처럼

동백은 툭툭 송두리째

맨땅으로 널브러진다

죽음보다 잔인한 것은

잊혀지며 지워지는 일

망각이 곧 죽음이다

오래되면 삭제되는 기록처럼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은

죽음보다 더 두렵다


(4.3 평화공원 내 희생자 위패 봉안실)

역사책 한 줄

지나간 죽음[,4]이 기록된들

남은 삶[生,3]이 기억하지 않는다면

양지바른 땅에 묻혀서도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법,

잔혹했던 그날의 4월 이후

동백은 무심히 낙화하는 대신

편하게 잠들지도 못한 채

살아생전 붉은 모습 그대로

차디찬 맨바닥에서도

 더 뜨겁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삶과 죽음 모두
한 알 씨앗에서 나와

한 가지에서 이어져 있었으니

동백은 떨어져 죽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살라

유훈을 남기며 비로소

영면의 대지로 귀향한다.

잠들지 않은 남도, 30년 후 발표한 안치환 4월 동백

지워지지 않는 제주섬의 상흔, 4.3

봄바람 불어와 아픈 상처가 치유되고

평화의 씨앗이 널리 날려가 피어나길


2024년 현재, 제주에는 총 802개소의

4.3 관련 유적지가 존재하며 이 중에는

잃어버린 마을 110개, 학살 및 은신처

(희생터)가 200곳이 넘는다.
4.3 희생자수는 2만5천~3만명 추정.

https://www.jeju.go.kr/tool/synap/convert.jsp?seq=1452629&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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