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참외의 사연

by 전성배

'브랜드'라 함은 인간이라 불리는 우리들이 구별될 수 있는 이름과 같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상품들 속에서 이름을 가진 것은 동일한 품질과 영향을 가졌다 해도 구별될 수 있는 특별함을 발하죠. 그렇기에 업계는 단순히 상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강대해진 이름은 개별적인 상품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상품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니까요. 각종 명품을 비롯해 전자제품 시장과 의류, 식품, 기타 무수히 많은 시장에서 알려진 이름들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맥락은 농산물에서도 절절히 드러납니다. 어쩌면 거기서 이름이 가진 힘이 알려진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원산지'라는 말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단어이며 믿음과 안도를 동시에 전하는 용어이지만, 광범위하게 쓰이기에 이름이 가진 힘을 이야기 하기에는 좀 더 세분화된 '특산품'이라는 용어가 적합하겠네요. 작게는 우리나라, 크게는 전 세계의 나라는 동일한 토양과 기후 조건을 갖고 있는 곳도 있지만,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특별한 기후 조건을 나타내는 곳도 있습니다. 타 지역과 다른 토양과 수질, 계절과 일정 기간 동안 이어지는 날씨의 영향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태어나는 농산물을 특출나게 만드는데, 이것은 곧 흔한 농산물을 그 지역만의 특별한 상품으로 탈바꿈시킵니다. 그래서 타 지역보다 앞선 품질의 농산물은 광범위한 '원산지'라는 용어 대신 지역의 이름을 단 특산품이 되죠.

와카레미치

청송 사과, 고령 감자, 의성 자두, 논산 딸기, 그리고 성주참외 등 많은 농산물이 지역의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고품질을 보증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산지를 도용한 가품의 등장도 불가피해졌죠.


실제로 최근 '성주 참외'를 도용한 가짜 성주 참외에 유통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성주 참외는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참외는 성주참외다"라는 인식을 갖게 했고, 이는 상품 박스에 '성주'라는 이름이 있다면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질 만큼 막강했죠. 당연히 그와 비례해 타 지역의 참외 소비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역 이용해 일부 유통 업자들이 참외 판매를 위해 '성주'라는 이름을 도용하여 성주 참외 박스에 다른 지역의 참외를 담아 팔기 시작한 것입니다.


엄연히 위법인 행동에 대한 피해는 땅과 함께 정성을 들여 키워낸 성주군 참외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말았습니다.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농산물 특히 과일은 조리 과정 없이 바로 섭취하는 식품인 만큼 모든 것을 오직 키워낸 농민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맛과 외형, 포장 상태를 포함한 전반적인 품질에서 만족하지 못한 일부 소비자가 해당 지역 상품에 대한 불신까지 가지게 된 것입니다. 전심을 다해 키웠던 다수의 농민이 내 것이 아닌 작물로 평가되다니.. 타 지역과 다른 노하우로 전국적으로 성주 참외라는 이름을 알렸던 성주군 농민은 근심을 클 수밖에 없죠.


그래서 성주 측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출하하는 참외의 박스에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든 위조 방지 라벨을 부착함으로써 가품과 진품을 구별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씁쓸함만은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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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점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본질적인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공산품은 동일한 상품이라도 기계와 재료에 따라 다른 품질을 갖는다고 하지만, 그 안에는 꽤나 큰 비중으로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라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되어 공산품의 품질에 관여합니다. 고품질은 그만큼의, 저품질은 딱 그만큼의 정성이 들어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산물과 같은 생물은 어떨까요. 분명, 공산품처럼 정성과 노력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품질을 관여합니다. 온 정성을 들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작물이 같을 순 없죠. 하지만 대부분 농민의 무형의 가치는 일부 불성실한 농민을 제외하고는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농산품의 품질은 엄밀히 들려다 보면 자연에 키우는 것인 만큼 지역에 국한된 토양과 기후 조건, 농민의 노하우에 의해 소비자의 선호도로 갈린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역에 대한 이점과 노하우를 가진 일부 농민에게만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많은 농민의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나의 자식이 다른 이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내가 붙여준 가장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보이길, 누군가에게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 일진 대 타인에 의해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은 슬픈 일입니다. 하나, 이런 문제점을 안다고 한들 당장 모든 것을 이상적으로 바로 잡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을 아껴야 한다"와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 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행하지 못하는 현시대의 우리들의 난제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열린 마음으로 좀 더 농산물에 대한 초점을 지역에만 맞추기보단 어떤 농부의 손으로 어떻게 키워졌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처럼 막연한 해결방안도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기원하는 것입니다. '솔선수범'이라는 작은 조약돌이 수면에 파동을 일으켜 널리 퍼져나가기를. 이름 없는 농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만드는 작물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렵지도 지루한 일도 아닌, 새로운 즐거움과 농산물 소비의 새로운 방식일 테니까요.


_유튜브 채널 '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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