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강건해야 하며, 몰아치는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마음에는 동요가 일지 언정 눈빛과 풍채는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충신에게는 믿어 의심치 않을 세상이어야 한다. 나라에 해를 입히려는 자는 엄히 다스려야 하며, 슬프되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 예로부터 군주, 왕, 여왕 아니 나라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이들이라면 필히, 흔들림 없는 곧은 자세와 마음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했으니, 그것이 곧 왕의 자질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들의 여림의 크기는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계급사회가 사라지고, 하늘 아래 인간은 평등함을 외쳤던 과거를 발판 삼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왕의 여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백성의 고충과 슬픔만을 위해 싸왔던 과거의 인물들 중 꽤 많은 분들이 고위직에 속해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약자의 마음만을 높이 사 그들의 슬픔을 알리는데 주력했고, 그로써 평등 이뤘다. 허나, 그 안에 왕의 슬픔이 알려진 건 얼마나 될까. 왕을 포함해 고위직을 가졌음에도 백성을 위해 싸우던 그들의 여림과 슬픔, 괴로움과 아픔 같은 약한 부위는 얼마나 알려졌을까. 어느 기록에서도 쉽사리 그들의 여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백성의 아픔과 슬픔들 뿐이었고, 그들을 위해 싸웠던 고위 인물들의 행적만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탄은 과거 약자들에게만 퍼져,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아픔을 외치는 것으로 모두가 알 수 있었지만, 그놈에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듯 왕은 자신의 약함을 쉽사리 뱉어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은연중에 퍼졌을 그의 말 없는 슬픔을 우리는 알아차렸어야만 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아마도 망고스틴을 통해 그 슬픔을 대신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여림을 알아 달라는 듯.
산해진미를 하루가 멀다 하고 입에 담았을 왕에게 망고스틴은 정말로 눈을 트게 하는 맛이었을까. 상대적이겠지만, 그 맛은 결코 그들이 눈을 번뜩일 만한 맛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왕은 이 과일의 맛에 취해, 이것을 자신에게 가져오는 자에게 기사의 작위를 내리겠다 말할 정도였다.
망고스틴은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인도네시아 · 타이완 · 필리핀 · 인도 · 태국 · 스리랑카 등지에 분포되어 있는데, 망고스틴은 수정을 통한 번식이 아닌 종자를 만들어 심는 것으로 옛날부터 재배가 어려워, 제한된 지방에서만 재배가 가능했기에 여왕의 품위와 가장 비슷한 과일일지도 모른다. 진한 단맛과 달리 개운한 과즙과, 풍부한 식이섬유 덕에 한껏 부드러운 과육의 망고스틴은 타 과일보다 특별했으니, 여왕이 이 맛에 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망고스틴의 여림도 한몫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망고스틴은 앞서 말했듯 하얀 과육에 식이섬유가 풍부해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워낙 부드럽고 과즙이 많아 과피를 벗겨내 손으로 잡을라 치면 쉽게 뭉그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의외인 부분은 여린 속살과 달리 과피는 짙은 갈색과 자주색이 뒤섞인 채 단단하고, 찍힌 자국도 많아 투박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마치, 험난한 세상에서 단신으로 외로이 버티는 왕을 연상케 한다. 한 알 한 알이 모두 여린 과육을 품은 망고스틴처럼, 속에는 여리기 여린 마음을 품은 채 그것을 누군가 깨주지 않는 한 투박한 껍질로 평생을 가리고 살아가는 여왕. 그 껍질은 칼로 약간의 힘만 줘도 맥없이 쓰러지지만, 누군가 그래주지 않는다면 평생을 가린 채 살아갈 여왕과 비슷하다.
그래서 여왕은 사진의 모습이 투영된 망고스틴에 애정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약함을 알아달라는 듯, 끝없이 망고스틴을 찾고, 그것을 가져온 굳은 자에게 작위를 내렸는지도 모른다.
망상일 정도로 터무니없는 예상과 버릇없는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왕이 된 인물도 평등을 외쳤던 과거의 세상 속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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