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배 Mar 11. 2019

오늘도 오렌지를 먹는다.

미세먼지라는 이름과 달리 몸의 무게는 묵직한 것일까. 바람보다 가볍다 말하는 것들이 땅에 주저앉아 날아갈 생각을 안 한다. 바람이 불어도 요지부동인 것이, 눈치 없이 죽치고 앉아있는 객식구의 모양새와 다를 바 없다. 절대 반갑지 않은 이들. 그리고 무작정 몸안을 파고들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 1~2년 사이에 미세먼지는 더 이상 일시적인 재해가 아니라, 상시적인 재해로 바뀌었다. 맑은 공기를 폐까지 쓸어 담으며 호흡했던 적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바지의 뒷 기장과 한쪽 어깨를 적시는 비가 이토록 그리웠던 적은 있었던가. 비가 내린다고 말했던 기상청의 말이 며칠 째 빗나가는 것이, 갈증처럼 짜증으로 밀려왔던 적은?


이처럼 숨쉬기는 거북하고 비가 간절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마음을 품고 같은 생각을 표출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명절이 끝난 직후에는 몇 주간 과일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든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시기를 '대목을 탄다'라고 표현하는데, 이 말은 명절을 기준, 앞뒤로 통용해서 사용된다. 명절을 앞두고 판매량이 저조할 때, 명절이 지나고 판매량이 저조할 때 모두 사용한다는 의미다.

와카레미치 iPhone XS

물론, 명절이 지나간 지 한 달이 되었기에 이제는 대목을 탄다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겠지만, 미세먼지의 영향인 탓인지, 타 품목은 정상궤도에 올라서지 않은 것에 비해, 감귤과에 속하는 과일의 소비만이 눈에 띄게 정상 궤도를 회복 혹은 예년에 비해 더 높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탁한 공기로 인해 제한적인 호흡은 수분을 갈망한다. 그리고 이 수분을 보충하는 법은 물을 마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물 만으로는 수분 보충 이상으로 몸의 갈증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여기서의 갈증은 입맛이나 활기를 통틀어 말한다.


그리고 이 갈증을 해소시키는 것에 바로, 오렌지가 큰 일조를 하고 있다. 겨울이 끝나고 날이 풀려감에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속에서 약해진 몸에, 비타민C를 보충해주고 더불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 면역력을 향상할 수 있는 과일은 타 품목도 예외는 아니지만, 감귤과가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시기가 있는 법. 지금과 같은 시기는 귤은 물론이고 한라봉과 천혜향, 레드향과 같은 만감류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웅크리는 시기다. 그러나 마치 묘책처럼, 걱정하지 말라는 안심의 목소리로 오렌지가 조용히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바통을 이어받는 선수처럼.


비슷한 색과 식감, 맛으로 무장한 감귤과의 과일을 두고 일각에서는, 죄다 비슷한 맛과 모양을 갖는 걸 이리도 이름만 달리하여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게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라고 말한다. 과거에도 귤과 한라봉, 청견, 오렌지와 같은 과일만으로도 겨울을 다채롭게 꾸밀 수 있었기에, 이 말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다. 또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반론을 제기 하지만, 사실 그만큼 각각의 개체가 독보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것에 따라 갈리는 입맛이 있기에, 무궁무진해진 감귤과의 과일 속에서도 각각의 품종이 자기의 입지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만해도 그중에서 오렌지의 향과 맛을 좋아한다.

와카레미치 iPhone XS

투박한 껍질, 맨손으로 쉽게 깔 수 없는 단단함, 그것을 지나 얻어낼 수 있는 결과물은 타 감귤과에 비해 조금 더 단단한 과육과 조금은 진부할 수 있는 향이 전부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오렌지 가진 특유의 매력을 느낀다. 네이블오렌지만이 가진 색 노란 과육과 다부진 식감으로 인해 다채로워진 맛과 익숙한 향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씹는 맛을 즐기는 입 맛으로 인해, 우리나라 감귤과의 과일에서는 좀처럼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대체로 진한 맛과 향으로 매력을 뽐내 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것이 우리나라 감귤의 특징이었기에 나는 못내 아쉬웠다. 그것들이 우리나라 감귤과 만의 강점이지만.


여하튼 다부진 식감과 눈에 보이는 노란색이 선명한 외형. 친숙한 향으로 나는 오렌지를 좋아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퓨어스펙'이라는 브랜드의 당도 선별에 의한 라벨 색의 차별화로, 보다 손쉽게 확실한 맛의 오렌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확실한 맛. 조금은 쉽게 살고자 하는 성격이 비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siview market / instagram / YouTube

aq137ok@naver.com       


이전 16화 방울토마토가 내게 오던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