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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Mar 25. 2019

방울토마토가 내게 오던 날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아 마음에 진 그늘이 수일 째 계속될 쯤이었다. 매일 날씨를 검색하는 행위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흐린 날은 어지간히 이 마음에 그늘을 드리웠다. 비가 내리 지지 않아 마른땅에는 바람만 불어도 쉽게 먼지가 날렸고, 입술도 따라 말라가며 목 끝에는 까끌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비가 이리도 그립던 날이 없었다. 겨울의 눈을 마음 깊이 사모했으나, 겨울의 끝에 선 지금은 더 이상 눈을 바라진 않는다. 그저 바람에 차가워진 빗방울이 쉼 없이 땅으로 곤두박질치길 바랐다. 그거면 지난겨울에 드물었던 눈발에 아쉬웠던 이 맘에, 조금은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 


그리고 드디어 오늘 비가 내렸다. 모두가 목놓아 바라던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공기 중에 흩어져 있던 먼지가 빗방울에 빠져 땅으로 함께 나락해 최후를 맞는 것이 반가웠다. 그 사이에 터져 나오는 비비린내는 향으로 느껴질 만큼 좋았다. 다만, 오늘 도착하기로 했던 방울토마토가 걱정이었으나 작년 이 맘 때도 첫 방울토마토를 시식하던 날 이처럼 비가 내렸으니, 이만하면 운명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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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게 젖어내리는 오늘, 받았던 방울토마토는 '대추'였다. 대추 방울토마토라 불리는 이 과채류의 채소는 이 빗방울과 이름부터 너무나 닮았다. 방울토마토는 몇 가지의 품종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고 또 많이 유통되는 것은 크게 '일반, 요요, 대추'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대추는 일반과 요요와 달리 외형에서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에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요요와 일반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일반과 요요는 외형적으로는 똑같이 둥그란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일반에 비해 요요 방울토마토는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방울토마토와 큰 크기의 토마토 모두 껍질이 씹히는 맛과 풋내가 싫어 기피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요요 방울토마토는 그 껍질이 주는 이질감이 덜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품종 중 하나다.


그리고 대추 방울토마토는 이 요요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대추 토마토는 단단하고 아삭 거리는 대추라는 과일과 좀 더 닮고 싶었는지, 그 식감을 닮아 단단하며 아삭 거리는 맛이 특징이다. 그래서 탱탱한 알을 깨물었을 때 터져 나오는 토마토 과즙 맛이 특징인 요요와 달리, 대추는 과육을 씹는 식감이 유독 돋보이고 단맛은 여유롭게 퍼진다는 느낌을 준다. 좀 더 대추 토마토에 강점을 말하자면, 단단한 과육으로 인해 요요와 일반 방울토마토에 비해 보관기간이 더 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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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토마토에 비하면 크기는 1/10 정도이지만, 당도가 월등히 뛰어난 방울토마토는 예상대로 영양분은 큰 토마토에 비해 적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영양소 함량을 자랑한다. 비타민 A, B, C를 더불어 식이섬유와 무기질, 칼슘까지. 나열하자면 너무나 많고 인터넷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이만하면 그 인식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붉은색이 영롱한 방울토마토는 더운 계절이 제철이지만, 하우스 재배가 보편화된 이후에는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다 하여 '일 년 과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아주 추운 지역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재배조건을 요하지도 않아 우리나라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쉽게 생산되는 방울토마토는 병충해에도 강해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슈퍼푸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그 시작점은 꽤나 먼 곳이었다. 안데스 산맥의 해발 2,000~3,000m 부근의 고랭지인 페루와 에콰도르 등지가 원산지로, 당시 야생종이었던 토마토가 인디오(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을 지칭)들의 이동에 따라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에 전해진 것이 현재 토마토 모습의 시초다.


붉은색을 두른 작은 채소가 가진 생명력은 역사를 대변하고, 역사가 이어지며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영양과 맛에 있다. "수십억 인간의 삶이 되는 농산물을 전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걸로 농산물을 전하고 있고, 작은 생生이 인간이라는 큰 생生을 키워낸다는 것이 경이로워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지만, 이것을 가능케 했던 건 이 작디작은 방울토마토에서 부터 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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