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실컨설턴트 Oct 17. 2017

어디를 쳐야 할 것인가?

망치질 한 번에 대한 가격 명세서

Think and Grow Rich의 추천사에 보면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느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던 중에 갑자기 기계가 멈춰섰다. 직원들이 달려들어 기계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수리가 시작되고 몇 시간이 지났지만 고칠 수 없었다. 마침내 전문가를 불러오게 되었다.

현장에 온 전문가는 기계의 주위를 5~6번 돌면서 주의깊게 조사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분필을 꺼내더니 기계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X' 표시를 하고, 그곳을 향해서 망치로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는 말했다.

"자, 이제 기계가 잘 움직일거예요."

기계에 스위치를 넣었더니 그의 말대로 거짓말같이 기계는 원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이 망치로 어디를 쳐야할까?


얼마 후, 전문가는 서비스료라는 명목으로 100달러(100년 전의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 짜리 청구서를 보내왔다. '이건 정말 엉터리'라고 생각한 경리 담당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망치로 기계를 한 번 내리쳤을 뿐인데 100달러라니!"

결국 전문가에게 청구서는 반송되었고, 상세한 명세서를 요구했더니 며칠 뒤에 다음과 같은 회신이 왔다.


서비스에 관한 명세서

기계를 망치로 치는 일 ------------  5달러

망치로 칠 곳을 찾는 일 ----------- 95달러


책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쳐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인생의 어떤 부분을 쳐야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일 것이다. 어디를 쳐야하는지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그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지 않는다면 마치 고장나서 멈춘 공장의 기계와 같은 삶을 살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짧은 이야기에 냉정한 세상의 법칙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로 망치를 치는 일을 하는 사람과 망치로 칠 곳을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의 차이를 살펴 볼 것이다.


이야기에서는 공교롭게도 망치를 딱 한 번도 쳐도 되었기 때문에 전문가가 직접 두 가지 일을 모두 처리했다. 그런데 만약 이 일이 망치로 천 번을 내려쳐야 할 일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기술자는 한 두 번을 시범으로 보여준 뒤에 998번은 다른 사람에게 시켰을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어떤 유형의 일이든 기계로 망치를 치는 일을 하는 사람과 망치로 칠 곳을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어디를 쳐야할지 찾는 역할과 찾은 곳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치는 일 중에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대부분 고민할 것 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실제 직장에서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천 번을 치는 일만 하려고 한다.




솔직히 인정하고 시작하자. 같은 시간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받는 사람과 적게 받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체로 돈을 많이 받는 일은 '시간당 얼마'라는 금액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 설사 정해져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거나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다.

반면, 돈을 적게 받는 일은 아주 명확하고 통일되어 있다. '시간당 얼마' 혹은 '개당 얼마'로 정해져 있다.

청춘들의 열정을 엔진으로 삼는 커피숖 아르바이트가 그렇고, 한때 부업의 대명사였던 인형 눈 붙이기, 얼마 전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지우개 포장하기 등의 일이 그러하다. 시간당 7천원, 한 개당 10원. 이런 식이다.

'시간당 얼마' 혹은 '개당 얼마'로 정해진 일은 숙달이 되면 빨라지기는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보통 사람의 2배를 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 나는 이런 형태의 일을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Think and Grow Rich에서 말하는 부자가 되려면 절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형태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직업에 따라 이것이 정해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15년이 넘는 직장생활동안 프로그래머로 시작해서, 시스템 설계자, 비즈니스 분석가, 아키텍쳐, 관리자를 거쳐 지금은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하고 있다. 일의 타이틀로만 보자면 아주 창조적이고 절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에서 PM까지의 과정을 지나오면서 내 옆의 동료들이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형태로 일하는 것을 수 없이 보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대다수가 그렇게 일한다.

단 10줄로 코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1,000줄을 쓰는 방식을 꾸준히 반복하던 프로그래머(성실하다고 인정받았다). 똑같은 제안서, 설계서에 프로젝트명만 바꾸던 설계자와 비즈니스 분석가, 세상이 바뀌고 부하 직원이 바뀌었는데 주구장창 '조르기'만 하던 부서장, 프로젝트와 팀원은 바뀌었는데 언제나 마이웨이를 가던 PM(어쩌면 지금의 나일수도 있다)까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수두룩하다.


이야기 속의 기술자가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건, 일을 통해 학습하고 체득한 것을 지식화하고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냥 오래 일한다고, 열심히 한다고 누구나 어려운 문제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똑같은 일을 조금 빠르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Think and Grow Rich에서 끝없이 강조하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이야기 속 기술자와 같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말콤 그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온다. 어떤 분야든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의 사례도 나오고, 비틀즈를 포함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그런데 그 사례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한국 학생들의 공부시간이다. 어쩌면 이것의 한국의 힘일지도 모른다는 암시까지 숨어있다. 그런데 나는 약간 의아했다. 공부를 포기한 학생을 반 떼어내고 나머지 반은 충분히 1만 시간을 견뎌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신이 되지는 못한다. 학생들만 그럴까? 한국의 직장인들도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다.


맨 처음 1만 시간을 들으면 엄청난 시간처럼 보인다. 그런데 수치적으로 따져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하루에 8시간씩, 1년을 보낸다면 4년 남짓한 시간이다. 어떤 이는 그랬다. "내 잔업시간만 해도 1만 시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5년이 넘는 직장생활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특출한 사람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절대적인 시간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바닷물을 바닷물로 만드는 그것, 붕어빵을 붕어빵으로 완성시키는 그것을 Think and Grow Rich에서는 적극적인 마음가짐 또는 Think라고 했고, 나는 의식적인 노력이라 부른다.


'어디를 쳐야할지를 찾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표시해 둔 곳을 반복적으로 치는 사람'으로 영원히 남을 것인가? 그 선택은 당신이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고민(Think)하는 의식적인 노력(Grow Rich)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기울이느냐에 달려있다.


당신의 Think and Grow Rich를 응원한다.

이전 03화 니가 자기계발을 알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