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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Sep 24. 2020

제주 #14

체크인 그리고 스몰토크

04월20일 1716



숙소에 가기 전에 이마트에 들른다. 지갑이 가벼웠던 우리는 무엇을 살지 한참을 고민하다 필굿 6캔과 씹을 거리들을 산다. 와인을 사서, 회를 사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나눠먹어도 좋을 것 같지만 이번 여행은 그저 우리들에게 집중해보도록 한다.

하품이 나온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온 지 약 11시간이 지났다. 피곤할만하지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깐. 그래도 여행은 정신력을 키워주는 건가. 잠에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왔으니 즐겨야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바닷가 옆을 따라 나있는 해안도로를 지나 잔디가 깔린 언덕길을 오르니 집이 한 채 보인다. 뒤 편으로는 주차장과 가게들이 보이는데 음. 돌담에 쌓인 집이 우리 가 묵을 숙소인가 보다. 돌담 안쪽에는 공간이 충분해 보이지 않아 바깥에 차를 두고 짐을 챙겨 들어가 본다.

하얀 벽을 감싸는 담쟁이덩굴 사이로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 전구는 숨을 죽이고 있지만 이내 반짝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돌담 너머는 공간이 넓었다. 탁자 세 개가 나란히 자갈 위로 앉아 있는데 이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나 보다. 꽤나 분위기가 좋을 거 같다. 우리는 잔잔히 흘러나오는 노래를 좇아 1층으로 들어간다. 잠시 앉아있으니 스탭이 와서 안내를 도와준다. 어느 게스트하우스와 다름없이 간단한 안부를 묻는다. 어디를 다녀왔나요? 어땠나요? 와! 안돌오름 너무 이쁘지 않나요? 나를 포함해 친구A와 B는 당연한 인사치레로 생각해서인지 큰 감흥이 없다. 아.. 사회에 너무 찌들었구나.



우리가 묵었던 오늘따라 게스트하우스_오늘따라_손님이_없네요


가끔 스몰토크에 대해 생각을 한다. 외국인들은 보통 약 1.2m의 Friend zone (개인적 거리)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How are you? 와 같은 이야기를 쉽게 건넨다. 그러면서 날씨 이야기라던지, 자기가 이곳에 오면서 있었던 작은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보통 이런 이야기들에 당황하기 일쑤다. 그냥 아, 네, 네. 하며 넘겨버리거나. 그렇군요. 하며 끝맺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하하.

방 컨디션이 좋다. 그리고 중요한 건 오늘 손님은 우리밖에 없단다. 아하! 너무 좋군요. 날씨가 어둑해 오지 않은 것인지. 아 참, 시국이 시국이지.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간다. 친구A와 친구B는 못다 한 영상이야기를 더 한다. 오호. 어쩌다 보니 콘티 이야기도 나온다. 콘티를 짜야겠다고 한다. 오. 재밌겠다! 나도 참여해야지. 이런 창조적 생산 활동.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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