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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Oct 05. 2020

제주 #15

오늘따라 그리고 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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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제주가 좋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다. 우린 게스트하우스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아, 배가 고프진 않지만 저녁 시간이 다가오네. 우리를 안내해준 스탭C와 스탭D 가 물어온다.


"저녁은 어떻게 하실래요?"
"아, 저희는 그냥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사서 먹으려고요."
"그러면 저희 편의점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좋죠!"


흔쾌히 같이 편의점으로 향한다. 우리는 편의점을 한참 서성이다 각자 라면을 하나씩 집고 계산을 한다. 역시나 게스트하우스는 식사 후 음주 아니겠나. 스태프분들은 제주펠롱에일 4캔을 챙겨서 같이 계산을 한다. 그리고 빨대를 챙긴다. 캔맥주를 먹을 때면 항상 빨대를 챙긴단다. 음. 맥주와 빨대. 탄산이 끓어오르는 빨대. 나름 괜찮을 듯하다. 오 그런데 편의점에도 종이 빨대를 쓴다. 나중에 맥주에 녹은 빨대가 어떨지는 그림이 조금 그려진다.



제주바다와 닮아있는 강릉바다

라면을 사 오고 친구A는 본격적으로 콘티 이야기를 꺼내본다. 제주의 자연을 담고 싶다고. 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영상이든 글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초록빛의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로 시작하면 좋을까? 청보리밭을 쓰다듬는 바람으로 시작하면 좋을까? 영상에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나지만 여태껏 봐왔던 기억을 바탕으로 의견을 꺼내본다. 숲 속의 고동 빛 땅바닥에 올라온 새순을 클로즈업하는 영상이라든지, 앞을 바라보다 드넓은 숲을 올려다보는 장면이라든지, 새소리가 울려 퍼지는 깊은 숲의 장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던 책상 위는 식탁으로 바뀌어 간다. 먹음직스럽게 썰어진 김치와 따끈따끈한 쌀밥. 올려진 버너 위로 라면도 점점 끓어온다. 라면스프의 맛 내음이 콧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아, 밥 먹을 시간이다!


우리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콘티는 접어두고 컵라면에 물을 붓기 시작한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하는 식탁은 항상 즐겁지 않나?


라면과 쌀밥, 김치 그리고 맥주.


친구A, 친구B, 스탭C, 스탭D 우리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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