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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Oct 25. 2020

제주 #17

음식물쓰레기 그리고 마무리

04월20일 2322



잔잔한 조명을 담요 삼아, 편안한 음악을 카펫 삼아 제주를 시작으로 우리의 이야기는 하루의 마지막 도착지에 이른다. 그리고 오늘을 마무리하기 시작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만큼 탁자 위도 수많은 안주들의 향연이다. 어질러진 탁자 위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남겨진 라면과 밥, 과자 그리고 귤껍질. 섞이면 안 되는, 친하지 않은 것들을 따로따로 나눠보기로 한다. 분리수거다. 분리수거는 한국인의 어쩔 수 없는 습관이다. 우린 스탭D에게 음식물이랑 일반 쓰레기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간단히 물어본다. D가 말한다.


“돼지가 먹을 수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고, 못 먹으면 일반 쓰레기예요.”


아, 참 와 닿는 말이다. 그래서 귤껍질은 돼지가 먹지 않으니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란 거다. 음식물 쓰레기를 설명하는데 수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시간을 두었을 때 썩으면서 냄새가 나는 게 음식물 쓰레기라든지, 우리가 먹은 것들 중 남은 게 음식물 쓰레기라든지 하는 말들 말이다. 그중에 D가 해준 말은 십분 와 닿는다. 말이라는 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도 다양해서 같은 의미라도 듣는 사람이 웃음 짓게 말할 수 있는 거다. D가 말해준 이 문장은 나의 마음을 확 끌어버렸다. 아주 먼 훗날에 내 아이가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거다.



아들아, 돼지가 먹을 수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고, 못 먹으면 일반 쓰레기야.



달이 차오른다. 가자


친구A와 난 온기가 가득한 3층으로 향한다. 그렇게 특별한 계획이 없었던 하루는 자연스레 마무리된다. 이곳의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다. 서로가 원래 알던 것처럼 같이 편의점으로 가서 컵라면을 집어 들었고 김치와 밥 그리고 맥주를 나눴다.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로 제주 한 켠의 어둠을 밝게 채웠다.


오늘 우리의 제주는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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