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그리고 마무리
우리는 다시 공항에 왔다. 어제의 바쁜 서두름은 없다. 넉넉하게 차를 반납하고, 공항에 도착했다.
스탭B가 추천해준 우도의 땅콩이 들어간 땅콩샌드를 먹으러 파리바게트로 향한다. 3층인 줄 알았던 파리바게트는 1층에 있다. 한 바퀴를 돌아 빵집에 들어선다. 이름이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네모난 쿠키 안에 땅콩버터와 꿀이 들어있다. 이곳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거란다. 나름 맛있네. 친구B가 사준 공짜 과자였으니깐. 우리는 우도쿠키 하나씩을 물고 게이트 입구 대기공간으로 들어간다.
활주로가 넓게 펼쳐진 공간에 앉는다. 앞에 유리로 만든 차단막이 조금 거슬리지만 그래도 넓게 펼쳐진 활주로는 이쁘다. 이런 뻥 뚫린 풍경은 바라보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기 마련이다. 크게 분주하지 않은 잔잔한 공항의 분위기가 좋다. 하늘도 점점 구름이 걷히며 어두운 색에서 새파란 하늘이 띄기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 하늘색으로 변해간다. 활주로엔 코로나의 영향인지 이전에 보았던 만큼 비행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아 보이는 걸까. 무엇인가 평화롭다. 어쩌면 어제오늘, 제주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내 마음이 편해진 것 같기도 하다. 이틀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이번 여행은 아니, 여행이라기보다 짧은 제주 마실은 정말 편안했다.
여행의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이번 제주 여행 동안은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그래! 제주로 가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물론 항상 좋았고 편했던 건 아니다. 항상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것은 아니듯, 신나는 음악이 끝나고 차분한 음악이 시작되듯 기분은 자주 변했다. 나는 여행지의 차 안에서는 항상 음악을 듣는 편이다. 차 안에서 듣는 노래는 다른 느낌이 있다. 뮤직비디오 속으로 들어가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 노래를 듣는 느낌이랄까. 그냥 집에서, 카페에서 듣는 노래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각설하고, 여행의 마무리를 해볼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특별히 마무리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왔다가 갔다 정도? 제주에 왔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다. 정도다. 큰 오르내림이 없는 잔잔한 제주였다.
그렇게 잔잔히 ‘이틀의 제주’는 마무리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