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사람
‘제주’라는 낭만이 담긴 장소. ‘여행’이라는 가슴 뛰는 활동. ‘게스트하우스’라는 아주 임시적인 만남의 터. ‘술’이라는 마음을 녹여주는 액체. 모든 게 어우러져 쉽게들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여느 만남이 그렇듯, 각자의 소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각자 ‘게스트’로서 그리고 ‘스탭’으로서 제주에 오게 된 출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탭B는 제주에 온 지 한 주가 됐다. 그 한 주동안 매일매일 새로운 게스트들을 만났고, ‘저 온 지 x일 됐어요.’의 말만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한다고 한다. 그 마음 아주 잘 이해하지. 처음엔 들뜨는 마음으로 제주를 접하고 손님을 접하지만 자극적인 맛은 쉽게 질리는 것처럼 항상 새롭지는 않다. 항상 흥미롭진 않다.
살아온 배경, 나이, 제주에서 있었던 일들, 내일의 계획, 더 멀리 미래에 대한 계획. 우리의 이야기는 매번 바뀌었다. 연애, 커피, 와인, 정치, 넷플릭스, 시드니, 스냅사진, 배부름에 대한 이야기. 잡다한 상식이 많은 친구A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덩치에 비해 술이 약해서인지 A가 살짝 달아오른 눈치다. A의 목소리는 물 만난 고기처럼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을 가득 채우며 헤엄치기 시작한다. 친구B는 게스트하우스 경력이 많다. 이미 이런 자리에는 흥미를 잃은 지 오래다. 전화를 한참이나 받더니 먼저 올라가서 잔단다. 잘자. 신창 해안도로의 풍차가 잔잔히 돌아가듯 나도 A의 목소리에 어울려 바람을 타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느 여행이 그렇듯 결국 여행은 사람이 주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