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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표류기 17화

대항해시대의 발자취

포르투갈 - 리스본 1 (17)

by 외노자O


한량같이 지내던 포르투에서 아침 일찍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두세 시간쯤 이동하니 금세 리스본에 도착했다.

이제는 능숙하다는 듯이 터미널에서 지하철역으로 이동해 시내 중심부로 이동했으며 이윽고 광장 근처에 리스보아 카드를 수령하기 위해 먼저 투어 오피스를 방문하기로 한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고 생각하니 타국의 낯선 도시의 환경과 인프라에 대해서도 다소 이질 감 없이 다가오는 듯하다.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말처럼 언어만 다르지 행동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다소 덤덤하게 지하철에서 나와 루시우 광장까지 잘 정돈된 길을 따라 걸어갔으며 광장에 다다르니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화면이 전환된다.

너른 광장을 마주할 때 때마침 지나가는 모델로 보이는 장신의 남녀가 모피를 입고 촬영 중이었으며 옆에는 터번을 쓴 남성이 지나간다. 그가 지나가면서 향신료 냄새가 훅 다가오니 어린 시절 즐겨했던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이 바로 떠오른다.

‘아! 어쩌면 내가 상상했던 그 대항해시대의 배경의 현대화가 된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생각에 어린 시절 즐겨했던 그 게임 속에 들어온 것 마냥 들뜨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화려한 도시 전경과 함께 바로 이베리아반도 바로 밑 아프리카 대륙의 인파가 드문드문 보임에 포르투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로시우 광장 정면에는 바다가 보였으며 바로 왼쪽에는 선착장이 보인다. 바다를 마주한 개방적인 광장은 여러 사람의 조화로운 모습으로 인상 깊게 다가온다.

요 근래 계속 마주한 탁했던 하늘은 청량했으며 도시 내 활기가 도는 기분이 느껴진다.




들뜬 기분을 안고 우선적으로 관광을 위한 패스권을 찾기 위해 광장 근처를 헤매었다.

한참을 돌던 중 노란색 i로고를 찾고서는 내부에 들어가 리스보아 카드를 수령하기로 한다. 시즌 및 일자와 시간대별로 상이하겠지만 다행히 방문했을 당시에는 대기줄이 없었으며 미리 모바일로 구매한 내역의 QR코드를 보여주자 친절한 설명과 함께 카드를 건네주었다.

(구글 지도를 보고 찾는 것보다 광장 근처에서 노란색 i표시를 찾는 게 어쩌면 더 빨리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꼭 광장에 있는 오피스가 아니어도 구글맵에 ask me Lisboa로 검색하면 리스보아 카드를 구매 및 수령이 가능합니다.)

각종 교통권 및 주요 관광지 무료입장이 가능한 카드였으며 처음 태그 하는 순간부터 사용시간이 줄어드는 구조를 설명받았기에 카드는 점심식사 후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할 때부터 사용하기로 한다.

마침 숙소는 근처였기에 예약해 두었던 숙소로 바로 이동해 체크인 뒤 짐을 서둘러 풀었으며 먹구름을 동반한 흐릿한 날이 다시금 다가올까 봐 날이 좋을 때 다양한 것들을 보고 싶었기에 숙소를 빠르게 나왔다.




근래 들어 귀해진 맑은 날의 해가 줄어드는 게 아쉬웠기에 서둘러 점심을 해결하고 싶었다.

하여 근처에 보이는 쇼핑센터 안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빠르게 햄버거를 먹고서는 밖으로 나왔다.

어디서든 기댓값만큼 나오기에 실패가 없는 맥도날드


날은 밝고 맑았으며, 산들바람이 불어와 마음이 간지러운 이제 막 시작된 오후. 흐릿한 날들 뒤에 오는 맑음에 마음도 밝아져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그런 날. 배까지 부르니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다.

들뜬 기분을 안고 어디든 가보기로 한다.


때마침 떠오른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우선적으로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왠지 이번 나의 여행무드에는 대성당이나 수도원 방문이 빠지면 안 될 것 같았기에 지상철을 타고 벨렝지구까지 이동해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우선적으로 방문하기로 한다.

도심 곳곳에 정류장이 있었고 지상철의 내부는 생각 이상으로 쾌적했기에 이동하는 길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하차하는 장소 또한 수도원 바로 앞이라 길이 헷갈릴 일 또한 없었다.

광장 근처에서 지상철을 타고 30분 정도 이동했을까. 그렇게 수도원 바로 앞에서 하차를 하였고 수도원 입구를 보니 입장 대기줄은 생각보다 길게 늘어져있었다.

그러나 줄을 막상 서보니 대기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으며 15-20분 정도 대기 후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입장하고 나니 내부에는 생각보다 적은 인파였고 덕분에 쾌적하게 관람이 가능하였기에 왜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으며 적은 인파로 차분히 장면 장면을 마주할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포르투에서 느꼈던 많은 인파틈에서의 여정과는 상반됨에 느껴지는 안락함이었으리라.




수도원을 나와서 옆에 붙어있는 성당까지 방문하기로 한다. 여정중 내로라하는 대성당을 방문하고 와서인지 감동의 기준점은 다소 올라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내부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치형 천장을 올려다보면 화려하게 빛나는 스테인글라스 창문에 시선이 옮겨진다. 화려한 색상의 스테인글라스에서 옆으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이 보인다.

차분히 성당을 둘러보았으며 이제는 성당의 분위기가 제법 익숙한지 자연스레 동화되는듯하다. 마음 편히 의자에 걸터앉아 이곳까지 무탈하게 왔음에 가볍게 눈을 감고 감사의 기도를 마친 뒤 성당을 나온다.





나오고 보니 때마침 간식이 당길 시간이었고 바로 근처에 유명한 나타(에그 타르트) 가게가 있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이라는 이 가게는 매우 유명한 집이어서 그런지 대기줄이 상당하다. 과거 대전에서 군복무를 했기에 성심당을 자주 방문했었는데 체감상 성심당처럼 사람이 많은 느낌이다. 하지만 에그타르트 포장만 하는 줄이 별도로 있기에 포장을 할 거면 건물 옆면의 줄을 이용하는 게 빨랐다.

도저히 매장에서 먹고 갈 엄두가 나질 않아 포장전용 대기줄에서 1줄(5개)을 포장하여 나왔고 기념비와 벨렝탑을 보기 위해 걸어가면서 맛봤다.

수도사들이 수도복을 반듯하게 다리기 위해 계란 흰자를 사용하였는데 그로 인해 남는 계란 노른자를 소비할 방법을 찾다가 만들어진 게 에그타르트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 에그타르트의 원조라는 이 집은 1837이라는 연도가 새겨져 있으며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는 맛을 선사해 준다. 그리고는 괜스레 투정 섞인 화가 났다. '이 맛있는걸 1800년대부터 치사하게 너희들만 먹고 있었단 말이야?!' 하며 짜증 섞인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있었다.

중앙의 필링 부분도 당연히 훌륭했지만 특히 파이 부분이 인상 깊게 남았다. 수많은 얇은 껍질들은 결이 전부 느껴졌으며 한입 베어물 때 바삭거리며 켜켜이 부서지는 파이 사이로 필링이 들어오는 그 조화가 매우 좋았다.

에그타르트 구매 시 설탕과 시나몬파우더를 같이 주는데 시나몬파우더를 살짝 뿌려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3개를 집어먹었다. 덕분에 눈이 번쩍 뜨여 힘차게 걸어갔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 -1837


제로니무스 수도원 맞은편의 공원(제국광장) 끼고 아래로 걷다 보면 대로가 나오는데 지하도를 이용해 대로를 건너면 바로 발견기념비가 나온다.

아마 걷는도 중 멀리서부터 보이는 거대한 조각상모습에 잠실에서 롯데타워를 찾는 것처럼 누구라도 위치를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도착해서 마주하니 실물이 생각이상의 거대함에 먼저 놀랐다.

1960년에 지어진 이 거대한 석재탑은 거대한 범선의 앞부분을 나타내며 선수상 자리를 중심의 엔히크 왕자 조각상 양 옆에는 대항해시대를 주름잡았던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조각되어 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등등 500여 년 전부터 항해관련된 큰 업적이 있는 위인들의 조각상이 그들의 주 무대인 정면의 바다를 향하고 있다.

아무래도 기억에 가장 남는 건 계란을 세웠던 일화로 유명한 콜럼버스도 있지만 희망봉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바스코 다 가마가 기억이 난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아프리카대륙 최남서단 근처에서 희망봉을 발견 후 무역로를 만들어 포르투갈 자국에 무역으로 인한 큰 부를 가져다준 일화는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대목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베리아반도 서쪽을 위에서부터 내려오며 이곳 리스본을 마지막으로 바르셀로나를 거쳐 그리스로 향하는 경로였기에 어쩌면 이 리스본이라는 도시는 나에게는 희망봉의 위치가 아니었을까 하며 생각해 본다.


발견기념비 옆에는 혼천의 모형이 세워져 있다.

태양과 달 그리고 행성의 위치를 측정하는 이 혼천의라는 천문관측도구는 대항해시대의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그도 그럴게 해상무역으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마누엘 1세가 자신의 엠블럼으로 사용하였고 이후 포르투갈의 왕실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대항해시대의 상징 같은 포르투갈의 국기에는 혼천의 문양에 들어가 있을 만큼 혼천의는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매김되어 있는 듯하다.


관광지들을 둘러볼수록 멋진 장소들이 많았으나 자세히 알지 못했기에 아쉽게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순례자의 길에서는 매일 먹고 자고 걷는 게 나의 일과의 파이를 대부분 차지했는데 이제는 관광지에 대한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필요함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내일에 대한 일정들을 고민하고 방문을 계획한 장소에 대해 최소한의 기초지식을 채워 넣는 일정은 여기부터 시작되었다.

혼천의


혼천의가 있는 방향으로 해안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걸으면 위풍당당한 모습의 벨렝탑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가는 길은 요트들이 즐비하게 선착되어 있는 선착장들을 가로질러 갔으며 멀리 서봐도 뚜렷이 보일만큼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기에 멀리서도 인식이 가능했다.

건축된 지 약 500년이 지난 이 탑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많은 인파가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으며 많은 인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이 탑은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해상요새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탑 1층으로 보이는 아랫부분은 조수간만의 차로 인한 수위차이처럼 흔적이 보이는데 이 구간은 정치범들을 이곳에 수용해 두고 고통을 주거나 죽게 하였다고 한다.

테주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으로 건축할 때는 물에 잠기게 건축되었으나 현재는 물길이 바뀌어 물에 잠기지 않는다고 한다.

다소 섬뜩한 이야기였으나 외관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좌 / 우


이른 아침부터가 아닌 점심식사 이후 시작된 투어였기에 다소 남는 아쉬움을 미뤄두고 다시 로시우 광장으로 돌아왔다.

열심히 돌아다녀 배가 슬슬 고프던 참. 미리 봐두었던 한식당이 있었고 오늘 석식은 한식을 먹기 위해서 광장을 거슬러 올라 근처 한식당으로 힘차게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테이블을 안내하는 종업원 뒤로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장님이 보였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사장님이 너무 반갑게 느껴진다.

한국인을 오랜만에 봤다는 반가움도 있었겠지만, 아닌 게 아니라 점점 한국과 더불어 한식의 인식이 좋아져서인지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상한 한식들이 서빙되고는 했는데 이곳은 나를 당황시킬 한식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오늘 저녁은 복불복 없이 맛이 있을 거라는 확신에 부대찌개를 주문하였다.

뒤이어 서빙된 음식은 기대에 걸맞은 맛으로 다가왔다.

파리부터 시작해 도중에 라면을 제외하고는 식당에서 제대로 먹는 한식은 처음이었기에 짜릿하게 다가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 먹고서는 사장님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서는 식당을 나왔다.




오랜만에 마주한 한식으로 인해 기분 좋게 배도 채웠겠다. 다시 힘을 내서 일몰이 시작되기 전 다시 이 도시를 탐험하기로 한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둔 지금이라면 어디든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적으로 첫날의 시작은 수도원으로 시작하고 끝의 시작은 대성당으로 동선을 잡았다. 이 여행의 무드에 맞춘 첫 시작의 동선이 썩 괜찮게 느껴졌다.

구글맵 거리를 찍어보니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것과 나의 도보로 이동이 별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어쩌면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도보가 훨씬 빠를 것 같아 긴 고민 없이 걷기로 한다.


그렇게 십 분 정도를 걸었을까. 금세 대성당을 마주한다. 역시 걷는 게 더 빨랐다.

항상 대성당들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문의 디테일이 상당히 뛰어나다. 대성당 주위를 둘러보는 중 ‘성당 내부에 들어가서 오늘 하루 투어일정을 마무리할까 ‘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조금 위에 있는 산타루치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노을 지는 주홍빛 하늘이 보고 싶었기에 하늘이 아직을 푸르스름한 지금 서둘러 이동하기로 한다.



전망대로 가는 길

태양이 지평선을 향해 추락하는 길에는 오렌지 빛을 남기며 도시의 색감은 주백색에서 전구색으로 물들어간다.

오래된 노인의 깊은 지혜처럼 오래된 도시는 음영이 깊어졌으며 선명해지는 입체감은 모두의 시선을 깊이 빠지게 만들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경험이 없는 관광객들은 이 도시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자리에 멈춰 서서 촬영버튼을 연신 눌러대기 바빴다.


일몰이 오기 전. 로맨틱한 조명이 도시를 감싸고 있을 때 서둘러 근처 전망대로 향했다.

산타루치아 전망대에 올라오니 역시 명당은 명당인지라 사람들이 비교적 몰렸다.

재빠르게 조명이 다하기 전 사진을 찍어 남겨본다.

사진을 후다닥 남기고는 귀찮은 숙제를 다 했다는 듯이 이제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분히 감상하며 도시를 관망한다.

선착장에는 정박해 있는 거대한 크루즈선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뒤로는 담청색의 바다가 펼쳐져있다. 고개를 조금씩 들수록 주홍빛 하늘에서 진한 파란빛 하늘로 변해갔으며 모래시계처럼 주홍빛 하늘이 줄어듦이 서서히 보였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내려오듯 조금씩 내려오는 어둠은 하늘을 다시 군청색으로 물들였다.


해는 지고 군청색의 하늘아래 도시는 오색빛으로 반짝이며 저마다의 존재감을 빛낸다.


여전히 빛나는 도시의 밤. 이곳저곳 상가들에서는 DP 된 상품들이 화려하게 빛난다.

지나가면서 쇼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니 도시 분위기와 상반됨이 확실히 비쳤다.

그도 그럴게 유럽에 넘어와서 3주 차까지는 상대방이 ”너 한국인이지? “로 대화가 시작했었는데 4주 차가 넘어가니 꼬레아노? (코리안?) , 치노?(차이니즈?)라며 한국인과 중국인 둘 중 어디인지 출신국을 묻기 일쑤였다.

평소 2주마다 자르던 머리는 이발을 안 한 지 한 달이 넘어가니 머리는 산발에 옷 또한 맵시 있게 입지 않았다 보니 점점 치노의 비율이 늘어났나 보다.

하여 순례자의 길 경로가 끝난 지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옷을 구매하기로 한다. 생각보다 도시 곳곳에 좋은 퀄리티의 편집샵이 많았기에 옷을 다양하게 둘어보기 좋았으며 마음에 드는 예쁜 옷 또한 많았다.

뒤이어 이동할 여행지의 무드에 맞는 옷가지들과 지금 상황을 타개해 볼 옷들을 도시 곳곳을 돌며 구매하였다.


구매 후 입고 매장을 나서면서 거울을 보니 중국 졸부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역시 옷은 잘못이 없었고 외모(얼굴)에서 주는 문제의 비중이 상당했음을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이발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지 한참이라 앞머리는 눈을 찔렀으며 옆머리 또한 정리가 안된 채로 길었기에 전체적으로 덥수룩한 머리에 이발의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현지의 바버샵에서 내가 고수하는 머리 스타일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커트 중간중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하여 이발은 다음 여행지인 바르셀로나로 미뤘다. 마침 바르셀로나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고 이날 저녁 커트 예약을 위해 카톡으로 예약 문의를 남겼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숙소로 가는 모습이 흔히들 볼 수 있는 중국인이 여행지에 와서 쇼핑백을 잔뜩 들고 가는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다음날 아침

리스본의 명물인 28번 트램을 타기 위해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도시 곳곳의 뷰 포인트를 지나가는 노선이기에 시티투어의 개념으로 많이들 이용한다.

하지만 이역만리 떨어져 사는 동양인인 나도 아는 내용일만큼 유명했기에 줄이 상당히 길었다. 그도 그럴게 전날 지나가면서 ‘트램이나 타면서 도시나 한번 훑어볼까?‘ 하며 잠깐 봤는데 줄의 길이가 상당히 길었음을 확인하였고 그 경험은 오늘 아침 첫차 오픈런을 계획하게 만들었다.


하여 오늘 아침 첫 코스는 28번 트램 첫차로 정했다.


이른 아침에 갔는데도 대기 중인 관광객들이 꽤 많다.

20분 정도를 기다리고서야 28번 트렘에 탑승한다.

경로 중간중간 선로를 따라 도시 골목골목을 다니는 이 길이 생각보다 아찔하다. 이동경로 내내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타임랩스 영상을 찍고 싶었지만 건물과 트램 사이가 협소한 구간이 있었기에 하지 않기로 한다.

어제 열심히 도시를 걸어 다닌 성과일까. 골목골목 이동하는 트램의 노선에서 대부분 낯이 익음을 느낀다. 그도 그럴게 대부분 걸어서 이동한 경로였기에 그냥 이 시간에 벨렝지구 가서 에그타르트를 한번 더 먹을걸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트램을 타고 종점에서 내려 근처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리스보아 카드 중 도시 관광지 무료입장이 되는 장소가 많았기에 마침 근처에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에 들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무료여서 탔지만 굳이 입장권을 별도로 구매하고 타기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예전 엘리베이터 층수를 눌러주는 안내도우미처럼 엘리베이터를 타면 카드를 태그하고 탑승을 도와주는 직원이 일리베이터에서 반겨준다.


파리의 에펠탑을 지었던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는 이 엘리베이터는 에펠탑과는 상반된 외관모양을 보여준다.

대문자 A모양의 에펠탑이 위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구조였고 이 엘리베이터는 t모양의 위로가면 넓어지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마침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이 있었기에 피트(승강기 통로 하부)에 안전장치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승강기라도 안전장치에 대한 대비가 돼있는 것 같아 타기 전 안심이 된다.

올라가서 보니 제법 높은 위치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줄이 길지 않고 리스보아 카드가 있다면 한 번쯤 탑승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근처에서 가볍게 쇼핑을 하고 점심으로 감바스와 해물밥 그리고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먹고 나니 어제 먹었던 그 에그타르트가 디저트로 간절히 생각난다.


교통비도 안 들겠다. 근처 정류장에서 지상철을 타고 다시 벨렝지구로 이동을 고민하고 결정하기까지의 시간은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실동안만큼 소요가 되었다.

설탕하나를 무심히 툭 털어 넣고 에스프레소 한잔을 가볍게 털어 넣은 뒤 바로 이동했다.

하여 다시금 벨렘지구로 이동해 파사 드 벨렘에 간다.

가서 오늘도 에그타르트 한 줄을 사 먹었다.

어제도 맛있었고 오늘도 맛있다. 아마 내일도 맛있을 것이다.


산책 겸 베이커리 앞 바스코 다 가마 공원을 걸으며 먹다 보니 첫날 마주했던 발견기념비가 보이며 온 김에 다시 벨렝탑까지 걸었다.




날은 적당히 선선하고 바닷바람이 불어 좋았다.

하루가 꽤 남았는데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볼까를 고민하다가 피곤함과 함께 포만감에서 오는 식곤증이 몰려온다.

오늘의 관광은 여기서 마치기로 하고 숙소에 일찍 들어가 쉬기로 한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와는 하늘이 다르다.

청량하게 파랗던 하늘은 온데간데없었고 도시가 구름으로 가득 차있다.

우중충한 하늘은 귀찮음을 동반하였고 이는 피곤함이라는 핑계로 늦잠을 자게 되었다. 어제 숙소에서 늦은 시간에 마셨던 포트와인 덕분에 열 시가 넘어 느지막이 일어났고 왠지 지금 더 자면 오늘 하루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다 끝날 것 같았기에 그리 멀지 않은 상조르즈성에 방문을 계획하였고 이동하기로 한다. 무료입장권이 있는데 안 쓰기에는 뭔가 아까웠기에 출타를 결심했다.

숙소 근처의 정류장에서 트램을 타면 13분 걸어가면 15분이었기에 숙소 근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빠르게 입에 털어 넣고 걷기로 한다. 막상 걸어보니 금세 도착하였고 도착해서 보니 멀리서부터 티켓오피스 앞에서부터 줄이 늘어져있음에 여기가 맞음을 인지하게 된다.

일렬로 줄을 서서 조금 살펴보니 표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였으며 때마침 지나가는 안내원에게 패스권이 있으며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자 따로 안내를 해주며 친절히 입장을 도와줬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입장한 성은 기대보다 거대했으며 순례자의 길에서 경험했던 기사단의 성과는 규모부터가 다른 성이었다. 오르막을 오르니 고지에서 수성에 쓰였을법한 성벽 위 대포가 눈에 띄며 대포들을 따라 걷다 보니 성 내부로 길이 이어진다.

5세기 로마인들이 축성을 시작하였고 9세기 무렵 이를람교도(무어인)들이 완성한 1000년 역사의 고성이다. 포르투갈 초대 국왕 아폰소 1세가 리스본을 탈환한 이래 도시 전략적 요충지로 사용되었으며, 1755년 대지진으로 심각하게 파손되었다가 1938년 복원되었다. -트리플가이드 발췌

내부로 들어서면 공작을 비롯한 여러 종의 새들이 보이고 다시금 성벽으로 오르면 도시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도시 전경은 주홍빛이 감도는 지붕색과 하얀색 건물 외벽으로 펼쳐져있었다.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성벽은 확실히 수성에 유리해 보인다. 옆에는 스페인에서부터 내려오는 테주(타구스) 강이 흐르며 긴 강을 끼고 있는 이 도시가 한눈에 보여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올라온 보람이 느껴지는 뷰를 선사해 준다.





출구로 나오니 친절히 안내를 해준 안내원이 보이기에 따봉이라는 단어로 웃으며 인사했다. 한국에서도 긍정의 의미로 자주 쓰이는 따봉이라는 표현은 포르투갈에서 온 표현이었기에 포르투갈에 있을 때는 good이나 perfect라는 표현보다 따봉이라는 표현을 애용했다. 매표소를 뒤로하고 내려가려는데 마침 근처에서 버스킹이 한창이다. 그냥 갈까 하다가 기대치를 뛰어넘는 노래에 바로 앞 뱅쇼가게에서 쌀쌀한 날씨를 대비해 뱅쇼를 한잔 구매 후 벤치에 앉아 뱅쇼와 어제 구매했던 에그타르트를 곁들여 먹었다. 어쩌면 이런 게 신선놀음이 아닐까? 하며 한참을 앉아서 따뜻한 뱅쇼를 홀짝이다 어제 눈여겨보았던 근처의 산타루치아 전망대에 들러서 다시금 도시 전경을 보다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오늘 도시 관광은 두시가 넘어간 시점에서 일찍 마무리하기로 하고 미뤄뒀던 빨래를 하기로 한다. 숙소 내 세탁기가 있기는 했으나 궂은 날씨 때문인지 빨래 줄이 길었기에 겸사겸사 근처 세탁소와 빨래방을 찾아 다시 나갔다. 마침 같은 방을 쓰는 독일친구도 빨래를 해야 한다며 같이 동행하기로 한다.


세탁기로 빨래가 안 되는 것들은 별도로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고 나머지는 빨래방에서 빨래를 돌리기로 한다. 세탁소에서 클리닝서비스는 체감상 가격은 한국이랑 큰 차이는 없었다. 뒤이어 빨래방을 가니 요 근래 비가 와서일까 빨래방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꽤나 많았고 내 빨래를 기다리는도 중 생각지도 못하게 한국인을 만났다. 독일친구와 나는 키오스크 형식의 빨래방이었기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동전을 넣고 이것저것 터치스크린을 눌러보던 중 옆에서 이걸 바라보던 동양인이 노! 예스! 하며 한국인 특유의 딱딱하고 정직한 발음으로 작동 방법에 대해 지시해 주었다. 듣는 순간 ”어?! 한국인이시죠?” 하며 반가움을 표하는 인사를 건넸다.

잠시 얘기를 나눠보니 이직 전 잠시 혼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온 관광객이었으며 짧은 대화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마침 오늘 저녁 계획이 없었다기에 같이 저녁식사를 권했고 그렇게 저녁약속을 잡은 뒤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빼고 건조기에 건조를 돌렸다.


마침 오늘 가려던 기대 중인 식당이 있었고 혼자 가기는 조금 아쉬운 식당이었기에 감사하게도 같이 가게 되었다.


그간 고생한 나의 옷들…


오후 5시 반 개선문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은 타이머라도 맞춰두었는지 시간이 되자마자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소나기 같은 비는 개선문 아래서 비를 한참 동안 피하다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아 결국 둘이 빗속을 뚫고 근처 가게에서 가서 우산을 샀다.

우산을 써도 옷이 젖을 만큼 비가 많이 왔었고 불행 중 다행히 식당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옷이 전부 다 젖는 참사는 피했다.

비 쏟아지기 1분전

들어가서 보니 입구부터가 기대했던 대로 커다란 오크통과 함께 어두운 분위기의 식당이 펼쳐진다.

중세시대 콘셉트의 식당이었으며 종업원들의 의상과 더불어 메뉴판, 식기 그리고 식당 인테리어 등등 중세분위기를 재밌게 느낄 수 있는 식당이었다.

샐러드를 포함해 메뉴 3개를 주문했으며 고기와 야채가 볶아져 나온 음식은 약간 슴슴한 제육볶음맛이 났으며 대구요리는 으깬 감자와 함께 조리된 요리로 크게 호불호 없는 요리였다.

맥주와 와인이 잠긴 잔 또한 투박하고 무거웠는데 오히려 식당의 인테리어와 잘 매칭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왠지 계산조차도 금화로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지만 다행히 카드계산이 되었다.


밥은 잘 먹었으나 왠지 그냥 들어가기는 뭔가 아쉬웠기에 근처에서 와인 한잔 더 하기로 했다.

루시우광장의 입구인 아우구스타 스트리트 아치 정면의 메인 번화가를 조금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펍에 들어가서 가볍게 와인과 프로슈토와 살라미를 비롯한 간단한 안주를 곁들였다.

같은 여행자 입장으로 만났고 서로 간의 여행경험을 풀어놓으며 각자의 팁을 공유하며 얘기를 이어가다 보니 시간이 금방이다.

아쉽지만 가게 폐점시간이 되어 자리를 일어났고, 늦은 밤 서로 젤라토 하나를 들고서 각자의 숙소로 이동했다.


젤라토를 사러 가는 길. 다행히 비는 그쳤고 그와 동시에 우산도 고장이 났다.

나는 맘 편히 고장 난 우산을 버리고는 우산을 잡던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잡았다. 그러고는 이내 젤라토를 먹으며 sing in the rain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숙소로 향한다.

내일도 오늘처럼 즐겁고 달콤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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