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o
카페를 전세 낸 듯 시끄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나의 옆, 창가자리 일행들. 전도를 하는 건지 아니면 서로가 더 궁금한 모양인지 불분명한 상황 속의 남녀는 큰소리로 몇 십 분째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풀잎들>의 오프닝 속 김민희가 연기한 아름이라는 캐릭터가 그랬듯, 연극 대본을 읊는 것처럼 과장해서 역할극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조용하게 대화하거나,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카페 문화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신경이 자꾸만 그곳으로 가고 있어 풀잎들 속의 아름이가 된 척 무심하게 시선은 노트북으로 고정시키고, 조금 전 쓰다가 막힌 글을 지웠다가 썼다가 반복한다.
S#1
한참 서로의 과거를 꺼내던 두 남녀, 그들이 주문했던 얼음 가득한 아메리카노 두 잔이 나온다.
한 여름의 날씨에 낙산공원까지 올라갔던 두 남녀. 커피 받아 들자마자 속으로 차오르는 욕을 삼키곤 벌컥벌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여자는 끓는 마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40도 가까이 되는 날씨에 90도 경사의 산중턱까지 올라가는 건 선 넘었지......' 초면에 이갈아대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얼음만 아득아득 씹고 있는데, 남자가 먼저 운을 뗀다.
남자: '아 좋네요. 쓴데, 달아. 그래서 괜찮아. 쓰고, 달고, 쓰고...
인생도 이런 맛으로 살죠? 쓴데, 달아요. 그래서 살만해.'
실제로 대사를 내뱉는 연극배우 같은 톤에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가 곧 가슴이 뻐근해졌다.
큰일났다.
갑자기 나도 이런 맛이 나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