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걷는다

커피 골동품

by 이단단

본가의 찬장을 열어보다가. 뜬금없이 과거의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커피를 내려마실 찻잔을 찾은 것뿐인데. 어렸을 때 나와 엄마가 썼던 골동품 같은 맥심 커피잔을 봤다. 그러니까 한 28년 정도 됐다는 거고. 아마 그것보다 더 오래됐을 수도 있는 거고. 이처럼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혹은 내가 태어난 이후부터 쭉 나와 같이 했던 것들이 눈앞에 띌 때면 한없이 추억에 빠져드는 것 같다. 그 순간에는 서 있는 곳 위로 수평선이 생겨 나란히 그 시절의 기억을 걷는다.

그 시절에는 소중했지만 이제는 아닌 것들. 하지만 금방이라도 생생하게 쓰일 것 같고 실제로 아직까지 튼튼하기만 한 물건들은 그렇게 뽀얗게 쌓인 먼지를 걷고 현대의 것들을 담기 시작한다.

기억 어딘가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걸리듯 뒤돌아보게 되는 것들. 그런 물건들을 나는 추억이라고 부른다. 비록 이사할 때는 짐이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추억들 덕분에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