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해피 엔딩
요즘은 햇빛 한 줌이 귀하다. 비가 하루 건너 하루 오는 것 같다. 아침에 부슬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도서관에 가는 발걸음도 빗물 따라 추적추적 땅에 닿는다.
백수린 소설가의 글을 좋아한다. 작년 기나긴 장마 때 [여름의 빌라]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시간의 궤적 첫 문장부터 그녀의 문장을 통째로 뺏어오고 싶었을 만큼 사랑했다. 그 후로 장마기간이 되면 그녀의 소설을 찾게 된다. ‘어쩌면 그리운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와 비슷한 문장이었던 것 같다.
백수린 작가를 좋아하겠다고 마음먹은 뒤에, 내가 한 일들은 그녀의 인터뷰가 나오는 잡지나 책, 단편소설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주로 스크랩하는 방법은 필사하는 방법인데, 그녀의 소설을 처음 접하고 난 뒤부터 마음이 버석해질 때마다 문장을 모으고 나니 제법 노트가 풍성해졌다.
오늘은 도서관에 갔다가 [멜랑콜리 해피엔딩]이라는 책을 봤다. 거기에 백수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편소설의 제목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은 20대 여성이다. 꿈이 많았지만 어느 꿈도 이루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다. 나도 그랬었는데. 나도 꿈 많았었는데, 지금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지. 단숨에 그녀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도 나처럼 주변의 시선과 자신이 결국 무엇을 원하는 지를 모른 채, 그저 박 선생처럼 살기 싫다 같은 싫은 것만 쭉 나열해 보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나도 그랬기에, 공감이 갔다. 단숨에 읽기가 아까워서, 중간에 책을 덮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오래도록 간직해보고 싶은 마음에 가지고 간 얇은 노트에 그녀의 글을 필사했다.
삶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고, 그 삶이 조금 버석해질 때면 백수린 소설가가 내 곁에 있었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기를 멈추고, 지금의 온기에 집중하라는 듯하다.
식지 않는 커피를 늘 옆에 둔 것처럼.
그녀의 글에서는 모락모락 예쁜 김이 피어올랐다.
지금의 온기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