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올해 겨울, 처음으로 눈이 거리에 쏟아져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쏟아지는 눈이었다. 퇴근하고도 눈이 계속 오락가락했다. 차창밖으로 나리는 눈을 보고 싶어 오래도록 버스를 타고 연희동으로 갔다.
편지지를 고르고 연필과 기록장을 샀다. 그리고 카페에 가서 늦은 밤 까만 밤을 닮은 커피를 한잔 마셨다. 아주 짙도록 까맣던 커피는 위장에 오래도록 남아있어 밤 내도록 통증을 유발했지만 기억으로 견딜 수 있었다.
그곳에서 각각 한 번씩 눈 오는 풍경을 마주했다. 시집을 한 권 지니고 싶었으나 공교롭게도 책방 문이 모두 닫혔다.
살면서 때로 실체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했을 때 늘 편지지를 골랐다. 나름대로 사람이 그리워 손을 뻗는 모양새다. 새하얀 종이 위에 쓰고 싶은 말을 정성스럽게 골라 아무렇게나 적는 느낌이란, 책방에서 가만히 글자를 펴놓고 읽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다.
누군가에게 전해질 말과 말을 골라 글자가 되는 것
그것은 나에게 머리 위로 쌓이는 또 다른 눈이 된다.
어제 나리던 눈처럼 당신에게 어떤 글자가 눈처럼 내려앉을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늘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우두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