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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스타 계정을 삭제했다. 정확히 없어지는 날짜는 2월 초 정도이지만 이것으로 완전히 sns를 지우려고 한다. 경쟁하듯 올리는 소식, 누가 누구에게 관심이 쏠려 있는지, 나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지 확인하지 않으니까 마음이 몇 달간 편했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관계도 적당한 '좋아요'를 눌러줘야 하니까 집에 돌아와서도 지속되는 관계 스트레스에 적잖이 취약해진 듯해서 가만히 있으며 생각에 빠지는 것보다 몸을 써서 직접 피부로 와닿는 일을 하는 게 더소중했다. 그래서 며칠간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 좋은 날들을 보냈다. 출근하는 게 오히려 기뻤을 만큼 가벼운 나날들이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7시간 내내 서 있어도, 누군가에게 타박을 들어도 차라리 이렇게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소중했다. 각자 일이 끝나면 쿨하게 퇴근하는 이 아름다운 현장이 너무 좋았다.
소통하려고 만든 커뮤니티에서조차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표현하는지, 누구에게 선을 긋는지, 원하지 않아도 보였을 때는. (즉 인스타를 했을 때는)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고 몸도 마음도 두배로 지치고 피로했다. 공허한 마음에 평소 읽지도 않을 책들을 한꺼번에 사거나 폭식을 하곤 했다. 그러니까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백만 배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큰맘 먹고 계정을 삭제하러 들어간 순간 나는 다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묻어두었던 그간의 소식들을 (반강제로) 들여다보게 되면서, 역시 나 같은 건 궁금해하지도 않는군. 그간 있었던 우울증 이야기들과 우울증 약 먹는 사진을 올렸으면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 만 되뇌고 있었다. 이런 상태라서, 인스타 삭제는 예정된 이야기였는지도 몰랐다. 다시는 인스타 가입하지 말아야지. 또 새로운 사람들 속에 속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진짜.. 더는 외롭게 나를 만들지 말아야지. 나는 혼자 있어서 외로웠던 게 아니라 군중 속에서도 터놓을 맘 없어서 외로움을 더 잘 느끼는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그동안 sns를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 개인 일상기록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만들고 꾸미고 누가, 누가, 더 잘 살고 있나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것같았다.
카톡도 더 이상 소통하지 않거나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차단하기를 눌러버린다. 나에겐 의미 없는 단톡방과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선 멀티프로필 사진이 더 무섭다.
사람의 실제 심리는 sns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딴 방식으로 확인하게 만드는 sns의 기능적인 면에도 화가 났다. 예전 문자메시지를 썼을 땐 기다림도 즐거움이었는데. 이젠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명확히 보이니까 거부감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기막히게 알아차렸다. 이 사람 지금 나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어떤 말로 위선 부리고 있는지를. 학교폭력을 당했던 기억 속에서 내 인간관계 속 불안이라는 내면아이가 열심히 자라왔구나, 나와는 달리 나이를 먹지도 않고.
나는 sns가 무섭다. 정말 무섭다. 접속할 때마다 하얀 얼굴을 하고 기계적으로 웃고 있는 어나니머스의 가면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