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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nnjoy Nov 03. 2022

Thanks for Things

Prologue : 물건의 의미

처음 ‘물건’이란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던 것은 2017년, 대학교 3학년 때. 가장 좋아하는 전공 교수님의 가장 좋았던 수업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Things>라는 단편 소설을 읽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무용한 물건들을 수집한다. 그가 가장 아꼈던 물건은 각양각색의 ‘돌’들이었다. 그의 친구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말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나 또한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 때의 나는 고작 스물 한 살, 권태에 찌든 인간의 마지막 타개책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2022년, 5년이라는 시간의 막간에서 나는 많이 변했다. 나는 이제 그를 이해한다. 나에게 있어 물건이란, 물리적 객체에 형체 없는 시선이 닿아 만드는 기억의 흔적 같은 것들. 물건에는 내 시간이 깃든다. 그 물건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 함께 바라봤던 사람,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 그 날의 분위기, 내 기분, 나의 위태로움과 단단함, 그 밖의 모든 것들이 깃드는 그런 물건이 있다. 위태로움을 넘어 권태에 빠지고, 권태를 넘어 평화를 두려워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는 비로소 물건에 깃든 내 상념들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고하는 일은 늘 같은 것에 둘러싸여 있다는 권태에서 어느 정도 나를 건져내 주었다.

매일 밤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침대에서 꼿꼿하게 앉아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다. 자세를 고쳐 앉으니 누워 있을 땐 보이지 않던 창문 밖 낮은 곳의 풍경이 보인다. 이를테면 낮은 건물의 지붕 같은 것들. 그러니 오늘부로 ‘침대’라는 물건에는 새로운 의미가 하나 추가된 것이다.


‘Thanks for Things’, 땡포띵에 내가 적어낼 말들은 그냥 물건에 대한 이런 저런 내 상념들이다. 그리고 지금 어디선가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이 ‘당신의’ 물건들 속에서는 그저 덜 권태로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지난 날과 현재를 긍정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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