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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Apr 17. 2024

#11 틈만 나면 놀궁리를 하는 회사원의 심리

일을 하기 싫은 걸까? 퇴사를 하고 싶은 걸까?

"그렇게 주말마다 놀러 다니면 안 힘들어?"

"퇴근하고 그렇게 약속 잡고 운동하면 다음날 안 피곤해?"


주변 지인들로부터 10년째 듣는 이야기다.

나는 퇴근 후의 나를 통해 출근할 때의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여러 관심사와 경험에서 오는 자극과 에너지의 힘을 믿어서다.


노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놀고 싶진 않다. 10년의 회사 생활 동안 길게 쉰두 번의 휴식 기간 동안 느꼈다. 첫 회사에서 5주년 리프레시를 받고 약 한 달을 놀 때, 전 직장 퇴사를 하고 3주간 쉴 때. 놀 시간은 물론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아쉬웠지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한편으로는 사회적 소속감과 나의 효능감이 드러날 조직이 내 원동력이 된다는 걸 알았다.


#퇴근, 주말, 휴일만 기다리는 회사원들

많이 경험하고 잘 놀고 잘 쉴 줄 아는 사람이 일 할 때 주도적이고 주체적일 수 있다 믿는다. 스스로 좋아하는 게 뭔지, 자신이 뭘 할 때 빛나는지 분명히 아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자신감이다.


회사원들이 매일 출근해 퇴근과 주말만을 기다리고, 휴가만을 기다리는 게 꼭 무조건 안 좋은 일일까? 평일의 회사생활이 만족스럽지 않고 힘에 부쳐서 그저 평일이 끝나고 주말이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걸까?


출근을 하면 퇴근을 하고 싶고, 일하다 보면 잠시 쉬고 놀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인데. 누군가는 ”퇴근하고 싶다 “를 외치는 회사원들을 그저 불행한 회사의 노예로 보기도 한다. 물론 회사에서 자기 할 일도 성실히 못해내면서 ’ 퇴근하고 싶다 ‘ 를 습관적으로 외치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자기 삶도 스스로 휘두르지 못하는 그저 불평 많은 수동적인 사람 같아 보인다.


출근이 있기에 퇴근이 달콤한 법이고. 일을 하기 때문에 휴가가 기다려지는 법이고. 다시 돌아갈 곳이 있으니 휴가를 그저 즐길 수 있는 것이고.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 온전히 잘 쓴 주말이 있으니 또 출근할 에너지가 생긴다. 공감 못할 회사원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는 내가 경험하고 즐기는 그 모든 것에 체력과 시간, 돈을 아끼지 않아 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돈과 시간도 분명 있었겠지만 지난 10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차츰 알아가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 나를 주도하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려면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언제 빛나고 언제 가장 자신감이 있는지 알 때,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길수록 일할 때에도 그 효능감이 분명히 드러난다 믿는다. 그런 점에서 퇴근 후 소비하고 경험하고 향유하고 논 것들이 결국엔 쌓이고 쌓여 나만의 인사이트와 스토리가 된다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주말에 뭘 하고 놀지 궁리하며 출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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