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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Mar 28. 2024

#9 회사에선 적당한 약한 척이 필요할까요?

올바른 템포는 대체 무엇인가

최근 팀 내 인력 변동이 있어 실무가 나 혼자가 됐다. 물론 회사야 계속 사람이 들고 나는 곳이고 영원히 나 혼자는 아니겠지만 흘러가는 회사 내 상황을 보아하니 당분간 꽤 오래 혼자서 실무를 쳐내야 할 것 같은 직감이 든다.


걱정이 된다거나 하는 감정조차 사치일 정도로 두세 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려니 쉴 새 없이 아주 빠르게 하루가 흐르고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성격 상 몰아치면 몰아치는 대로 꼭 잘 해내려고 하는 욕심이 있어서 일과 시간에는 못 느끼다가 퇴근하고 완전히 off의 상태가 되면 그제야 밀린 피로감과 두통이 한 번에 몰려온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남들의 우려(?)를 동시에 받아본 적은 첨이라 멋쩍다. 업계 특성상 소문이 빨라 이미 나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안팎의 코워커들에게 퍼져 요즘 모든 이들의 첫인사치레가 “혼자서 힘드시겠어요” ”괜찮으세요? “인데 나도 덩달아 인사치레로 약간의 우는 소리를 얹어 제삼자 화법으로 “누군가 금방 오시겠죠”하고 대답한다.


누군가 오긴 하겠지만 그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하려면 우는 소리를 더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솔직히 우리 팀의 실무자 충원은 회사 임직원 그 누구보다 나한테 제일 급한 일이고 전사에서 내가 제일 관심 있어하는 일일 텐데(?) 내가 당장에 놓인 일들을 쳐내고 그 와중에 또 잘 해내려고 하느라 정작 중요한 우는 소리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다.


약간의 변태스러운 것은. 우는 소리는커녕 그 와중 이런 정신없고 바쁜 일과들에 이상한 짜릿함을 느끼고 있다는 거다. 속도 조절 안 하고 마구 재밌게 휘몰아치다가 나를 완전히 꺼버린 off 상태가 되면 그제야 미친 듯이 밀려오는 피곤함에, 나의 지금 현 템포가 맞는 건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상황을 그저 즐기려 하다가는 혼자 일하게 될 시간에 길어질까 내심 걱정도 된다. 그렇다고 일부러 약한 척은 하고 싶지 않은데. 나와의 적당한 타협에서 똑똑하게 약한 척을 하는 여우가 되어야 하나 싶다가도. 태생이 미련한 곰에 가까운데 어째야 하나 싶다가도.


답을 모른 채로 나는 내일 또 혼자 고군분투하러 간다. 정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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