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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Mar 27. 2024

#8 매일 나에게 선물 주기

이왕 어차피 해야 하는 출근인 걸

아끼는 흰 셔츠를 빳빳하게 펴서 입기,

어제 생각해 둔 스카프를 타이처럼 연출해 보기(거울 앞에서 5분을 있었다)

루틴처럼 착용하는 반지들과 이어 커프 끼기,

새로 산 향수를 정수리부터 뿌려 나를 파묻히기,

퇴근 후 바로 갈 운동복 챙기기(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조거에 하늘색 양말 매치)

요즘 꽂혀있는 Bobby Caldwell 노래 무한대로 반복하기,

좋아하는 브랜드 공홈에서 신상 확인하기,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라떼 사 먹기,


아주 소소하지만 오늘 아침 출근 전과 출근길에 내가 나에게 준 선물들이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고 환기가 되는지 잘 알기에 내가 나를 위해 주는 보상처럼 느껴진다. 아침에 10분 더 자는 게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좋지만 그래도 조금 여유롭게 일어나 뭐 입고 뭘 신을지 짧게라도 공들여 고민하는 시간이 좋다. ‘내일 뭐 입지’를 고민하며 잠드는 루틴이 나에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리프레시다. (누군가에겐 스트레스 일수도)


몇 년 전 첫 회사 동기들과 쇼핑 메이트였을 때는 매일같이 서로의 룩에 대해 얘기하고 사진을 남기고 신상 아이템 정보를 나눴다. 마치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오빠 얘기를 하는 것처럼 신이 나고 상기되어 있었는데. 그런 사소한 루틴 또한 내 출근을 즐겁게 해 준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점점 연차가 쌓이고 회사에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그때만큼의 열정과 상기된 에너지까진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더욱 뚜렷해지고 취향이 쌓이면서 전보다 시행착오가 많이 줄었다. 아니 수많은 시간과 돈을 거친 시행착오 끝에 취향이 쌓인 거라 말하는 것이 순서가 맞겠다.


이렇게 쌓인 취향 덕에, 매일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주 잘 아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출근은 누구에게나 피곤한 일일 테지만 대충 아무거나 입고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것보단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신나게 멋 내며 리프레시하는 게 나쁠 것 없지 않은가. 이왕 어차피 하는 출근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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