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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Mar 22. 2024

#7 일이 재밌나요?

아니, 재밌기만 해도 되나요?

“어 뭐 재밌어.“


최근 몇달 회사 어때? 요즘 어때? 묻는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대답이다. 지금은 노잼 시기에서 허우적 대고 있지만.


사실 솔직한 내 마음이면서도, 대답을 할 때마다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냥 너무 1차원적인 답변을 하는 건가 싶어서. 그리고 내가 진짜 재밌는 게 맞나 싶어서. 한편으로는 그저 재밌기만 해도 되나 싶어서.


어제는 팀에서 3개월 함께 한 대학생 인턴 친구의 퇴사날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작은 선물과 편지를 건네는데 적혀있는 내용 중 한 문장이 내 머릿속을 탁 치고 지나갔다.


“…. 항상 외부미팅으로 바쁘시고 사무실에서도 열일하시면서 에너지 넘치고 활동적이고 밝은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어요(진짜)…”


재밌고 좋아서 신나게 일했던 최근 몇 개월의 내가 남의 눈에도 신나 보였나 보다 하고. 나에게 재밌는 일을 하니 몸은 피곤해도 에너지가 계속 생겼나 보다 하고. 얼른 노잼 시기를 극복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가끔은 11년 차 연차에 그저 재밌기만 해도 되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한데. (뭔가 고난을 부딪히고 겪어내야 성장하는 것 같다는 마음에) 왠지 재밌기만 하면 성장을 안 하는 것 같잖아(?) 면접 때만 봐도 항상 고난을 이겨내고 성장했던 경험을 묻잖아요.


그런데 결국은 재밌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직무에서 업계 내 탄탄한 커리어를 이어온 팀장님의 커리어 스토리를 듣다 보면. 그녀가 커리어의 정점을 찍게 된 시기의 시작점은 바로 내 나이 때였다. 내 나이 때 발 들인 새 분야에서 일하게 된 그때 진짜 너무너무 재밌게 일했었다고 아직도 그 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늘 상기되어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아 이 분 진짜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끔 반짝 거린다.


한 분야 20년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고 치면 나는 현재 그 절반쯤 와 있다. 나중에 나도 누군가에게 내 현재를 이야기해 줄 때 그때가 정말 후회 없이 재밌었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 나는 이제 절반 밖에 안 왔고. 여전히 재밌을 것들은 많다. 노잼 시기가 왔지만 또 나를 자극할 재미를 찾아봐야지.


그리고 금요일이다. 이번주 중 가장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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