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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Mar 21. 2024

#6 퇴근하고 운동하는 회사원들에게

변수 없는 투자

가는 길이 언제나 고비다.

그냥 집에 가서 누울까.


퇴근길 무자비한 지하철에 내 몸을 던지고 가다 보면 인류애를 상실한 정신 상태와 녹초가 되어 방전된 체력 상태를 마주하고. 아 그냥 집에 가서 누울까 하는 나와의 갈등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아냐 이번주 두 번 밖에 못 가서 가야 돼. 철저한 의무감과 찝찝함에 못 이겨 일단 가자 하는 마음으로 막상 헬스장 문만 들어서면. 이미 도착해 각자의 하루를 묵묵히 마무리 중인 사람들을 본다. 매번 비슷한 시간에 오는 같은 사람들이라 대부분 안면이 있는데, 오늘 내가 그냥 누웠으면 나만 누워있었겠군. 하는 생각에 왠지 머쓱하다.


아주 길어봤자 두 시간이다. 스트레칭 10분 웨이트 1시간 유산소 30분~1시간. 그래 하루 2시간 길바닥에서 쓰고 8시간을 회사에 앉아 있는데 2시간 정도는 내 몸을 위해 투자해야지. 피곤하고 지친 몸과 무기력한 정신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운동하고 움직이며 내 몸에 집중하다 보면 몸은 풀리고 정신은 다시 선명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몸도 내 케어가 필요했구나.


회사 일, 사람 관계와는 다르게 변수가 없는 투자라 그냥 하고 나면 무조건 개운해진다. 이 좋은 걸 알면서도 가는 길까지 매일 고민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의지로 퇴근 후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게 그저 단순하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저녁 시간대에 마주치는 헬스장 동지(?) 들을 보면 리스펙의 마음이 언제나 든다. 낮에도 치열한 삶을 살았을 텐데 퇴근 후에도 자기와의 싸움에 이겨 묵묵하게 자기 삶을 돌보고 있는 사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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